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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07. 2020

무엇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값지게 만드는가?

독서노트 #48 < 몰입의 즐거움 >

<몰입의 즐거움> 이 책 역시 굉장히 유명한 책이다. 하지만 가끔 너무나 유명한 책들은 오히려 우선순위가 밀리기도 한다. 너무 유명하다보니 괜히 손이 안가는 건 무슨 심리일까.


이 책은 '몰입'이라고 번역했지만, 원제는 'Finding Flow'이다. Flow를 몰입이라는 우리말로 맞바꾼 것이다. 가끔은 우리말 번역으로 원래의 의미가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에, 원제를 살펴보기도 한다. 다 읽고 나서 원제를 살펴보니 더 이해가 갔다. 한국어 '몰입'이 주는 어감과 뉘앙스는 영어 'Flow'가 주는 느낌과 약간 다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시카고대학의 심리학, 교육학과 교수로 학문에 대한 깊은 열정과 홀발한 저술 활동 등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몰입> 뿐만 아니라, <자아의 진화>, <창조성>, <청소년> 등을 저술하였고,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서적보다는 일반 독자를 위한 저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삶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이다. 그런데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시간은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험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할당하고 투자할 것인가를 지혜롭게 결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 p18

삶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다. 삶은 경험으로 이루어지고, 경험은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 따라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완전히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순간의 공통점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일상 생활에서는 좀처럼 그런 경험을 맛보기가 어렵지만 그 순간에는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이 순간을 나는 '몰입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것은 운동선수가 말하는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에 다름아니다. 운동선수, 신비주의자, 예술가는 각각 다른 활동을 하면서 몰입 상태에 도달하지만, 그들이 그 순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은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 p44

여기서 몰입은 단순히 어떤 일을 할 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김연아 선수가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선수가 아니라 선수라고 부르면 안되겠지.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며 운동선수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연아야말로 진정한 몰입을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고독하고 지독한 훈련과정을 통해 결국은 자신을 잊고 빙판과 하나가 되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그 과정이야말로 몰입이 아닌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며 과제와 실력이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몰입은 정신력을 모조리 요구하므로 몰입 상태에 빠진 사람은 완전히 몰두한다. 잡념이나 불필요한 감정이 끼여들 여지는 티끌만큼도 없다. 자의식은 사라지지만 자신감은 평소보다 커진다. 시간 감각에도 변화가 온다. 한 시간이 일분처럼 금방 흘러간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한 없이 쓸 때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일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삶은 스스로를 정당화하게 된다. 체력과 정신력이 조화롭게 집중될 때 삶은 마침내 제 스스로 힘을 얻는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다.

- p48

위의 '경험의 질' 그래프는 책에 나오는 그림이다. 각 구분된 영역을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로 봤을 때 영역 하나하나가 모두 어느정도 수긍이 될만한 기준인 것 같다. 몰입은 자신감과 각성 그 사이에 있다. 너무 쉬워도 능력이 부족해도 안되는 그 지점.

저자는 삶을 의미있고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 단순한 행복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깊은 몰입을 경험해야 삶을 더 풍부하게 가꾸어준다고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몰입하고 있는 그 상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스키를 타는 그 순간이 몰입의 예시로 나왔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위험천만한 그 상황, 몰입은 결코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다. 그 순간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서 어려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내야 하는 상황이 바로 몰입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마음이 느슨해질 여유가 없다. 행복감 자체는 그 몰입의 상태를 경험한 이후에 올지 모른다.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한 활동을 즐기려면 그런 '시동 에너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 p91

우리는 어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게 되든,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든, 처음은 어렵지만 슬슬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때 더욱 배움이 가속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것이 몰입으로 가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 그 장벽을 넘지 못하거나 또는 너무 쉬워서 흥미 자체를 느끼지 못하면 역시 몰입의 단계로 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직장일을 고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첫째는 하나마나한 일을 한다는 불만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고 사실은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겨운 일을 밥 먹듯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데서 느끼는 불만이다. 참신한 맛도 없고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일을 하다 보면 응당 가질 법한 생각이다. 셋째는 직장일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이다. 특히 상사가 너무 과돤 요구를 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간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사람이 자기 일에서 만족을 얻느냐 못 얻느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보수나 안정성보다는 바로 이 세 가지 요인이다.

- p135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항상 누군가 내게 첫회사의 '퇴사 이유'를 물으면, 나의 답변은 거의 '내가 생각하는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 혹은 '미래에 내 상사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두번째 회사의 '퇴사 이유'는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혹은 '내가 생각하는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 로 귀결됐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보니, '하나마나한 일을 하기 싫어서', '똑같은 일을 지겹도록 반복해야 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줘서' 라고 표현해보니 내게도 모두 통용되는 사유인 것 같았다. 물론 퇴사의 이유를 딱 하나로 꼬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변수들이 모두 조합돼서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 것일 테니까. 결국은 몰입의 상태를 겪을 수 없는 환경이기에 직장일을 고역으로 느끼는 것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가장 현명한 길은 설령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처지에 봉착하더라도 한시바삐 지금까지 해온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물질적으로는 편해도 마음은 편치 못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백번 낫고 또 의당 그래야 옳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란 참으로 힘들며 자신에게 무서우리만큼 정직해야 한다.

- p136

가슴 깊이 다가온 부분이다. 물질적으로는 편해도 마음은 편치 못한 일을 하는 것, 나에겐 그것이 그토록 힘이 들었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역시 무서우리만큼 정직하기도 해야하지만, 무서우리만치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야한다. 우리 인생의 선택들은 결코 쉽지만은 않으니까.



관심의 방향을 좌우하는 힘은 유전 명령과 사회 관습, 우리가 어릴 적에 익힌 버릇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을 알게 되고 우리 의식에 어떤 정보가 들어올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역은 나 자신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에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우리는 봐야 하는 대로 보는 타성, 기억해야 하는 대로 기억하는 타성,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신을 숭배하는 사람에 대해서나 박쥐나 국기에 대해서 느껴야 하는 대로 느끼는 타성에 젖어 있다.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그런 타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생물학과 문화가 정해 놓은 교본을 점점 더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이다.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다.

- p172

<아웃라이어>책에서 나온 두번째 파트 '유산'부분이 연관되어 떠올랐다.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습득해온 환경에 많은 부분 영향을 받는다. 역사적으로, 지형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렇게 사고할 수밖에 없도록 거의 반강제적으로 주입된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가면 사고방식의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지 않는가. 그런 의미로 저자가 이미 오래 전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삶의 지배권을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찾아오는 길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른다.





* 책 제목 : 몰입의 즐거움

* 저자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출판사 : 해냄

* 출판일 : 2005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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