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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11. 2020

나답게 산다는 것

독서노트 #52 < 어떻게 살 것인가 >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 괴테, <파우스트>


최근에 읽은 책들도 좋지만, 가끔 예전에 읽었던 좋았던 책의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아 궁금할 때가 있다. 특히나 감명받았던 기억만 남은 채, 어느 문구 하나 생각나지 않을 때는 좀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만큼 우리의 뇌는 필요한 것만 걸러서 기억하는 데에 아주 특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 책 <어떻게 살 것인가> 2013년도에 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 자체가 주는 무거운 부담감 때문에 선뜻 읽지 못하고 3~4년이 흐른 뒤에서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때 정치를 했었고, 지식인으로서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유시민 저자의 책이기 때문에 꽤 어려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쓴 책으로, 어려울 것만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많은 공감과 격려가 되는 책이었다. 책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유시민 저자의 유식함은 보너스인 듯싶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것은 독립한 인격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 p11

책 초반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일지도 모른다. 책 제목 역시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니던가. 유시민 저자 본인의 삶을 통해 독자인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무엇이고,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말이다.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라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살면서 이런 질문을 마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한 번쯤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나는 그것이 품위 있는 인생, 존엄한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 p24

아주 명료하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이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숙제도 있고, 그 일을 잘 해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내가 숙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끔찍하게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훌륭함, 존엄, 품격이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치이고
 쓸모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타인의 상대적 가치 평가이다.


사회에서 타인으로부터 우리는 주로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기준으로 평가받기 쉽다. 내면이 어떻든 상관없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야생과 같은 험난한 경쟁 사회에서 얼마나 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능력과 기술만 가지고 상대적으로 평가받곤 한다. 그래서 눈으로 직접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스펙 위주의 공부를 강요받아왔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어떤 내면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의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 돈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또는 사회의 평판 때문에 즐겁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그 인생은 처음부터 절반 실패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 p166

공감하는 부분이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 우리는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하기 싫은 일들로부터 해방되는 것에서부터 말이다.



삶에는 인과관계를 찾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냥 일어나는 일이고, 일단 일어나고 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나는 세상의 부조리와 설명할 길 없는 불운을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이것이 좋은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다.

- p291

우리의 삶은 기쁜 일도 있지만,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수많은 사건 사고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힘든 상황을 맞이할 때면, 나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은 온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 점에서 저자의 표현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그 무엇도 탓하지 않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은 채,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금 실감한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 대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싶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자신도 더 훌륭해져야 한다.

- p38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정환경, 학교, 사회적 시스템 등 외부 요인도 모두 받쳐 주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아무리 설계하려 했어도 수많은 난관 속에 결국은 '닥치는 대로'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것이 내 꿈이고 목표이다.

어쩌면 혹자는 저자가 유시민이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삶이라고 해도 어떠한 삶이든 의미 없는 삶은 없고, 하찮은 삶도 없다고 생각한다. 시작점이 다르고, 경험치가 다르고, 경제적 여건이 다르다 할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느냐에 따라 분명 달라질 것이다. 아무리 여건이 힘들더라도 자신이 처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태도를 바꿔 시도하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질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까.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삶은
훌륭할 수 없다.


삶의 의미는 타인이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찾아야 하며, 그래야만 의미가 있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혹은 이미 찾았다면 그것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실행하는 삶을 살 때 더 가치 있게 빛날지 모른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정리하며 드는 생각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 내용이 많이 떠올랐다. 자유가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태도를 선택할 자유는 온전히 자신에게 있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 중요성을 말하는 내용이 함께 오버랩되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지에 대해 내 스스로 정의하는 것.

그렇게 나답게 산다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 책 제목 : 어떻게 살 것인가

* 저자 : 유시민

* 출판사 : 생각의길

* 출판일 : 2013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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