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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한 Feb 11. 2018

선배가 꼰대가 되는 시기

When a 선배 becomes a 꼰대  

나는 올해 41세가 됐고, 회사에서도 10여년 이상 근무한 선배 축에 속하는 부류가 됐다. 난 원래 과묵한 편인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 수다쟁이가 된다. 선배가 되면 말을 많이 할 권한 혹은 권력이 절대적으로 늘어난다. 난 그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후배들이 맞장구를 잘 쳐주니 말하는게 재밌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의 의미는 아래 몇 가지로 함축 되는것 같다.

 1. 매사에 회의적 이거나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2. 자신 보다 어린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강요하는 사람

 3. 사회적 경험이 더 많다고 후배에게 조언이라는 말로 상처주는 사람

 4. 내가 왕년에 말야~, 우리때는 말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


직장 선배의 이기적이거나 편향적인 사고방식은 결국 '말'을 통해 '꼰대짓'으로 승화된다. 말이 많아지다 보면 말실수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수다쟁이가 되고 있다는 것은 꼰대가 될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연초의 두가지 개인적 경험은 내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확실시 해줬다.


선배에서 꼰대로 넘어가는 순간은 언제인가!


출근 전 회사 건물 내 헬스 클럽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직속 후배가 있었는데 너무 예의가 바른 나머지 내가 런닝 머신을 뛰고 있으면 옆에 갑자기 얼굴을 휙 들이밀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곤 했다. 그 무렵 회사에서 신년 점심 행사가 있어 여러 사람이 모였는데 헬스 클럽 얘기가 화제에 올랐고 나는 재미있는 농담을 한다는게 '그런데 XX씨, 아침에 운동할때 나한테 인사좀 하지 마. 운동 하다가 깜짝깜짝 놀래' 라고 그 후배에게 무안을 줬다. 운동하면서 그렇게 꼬박꼬박 인사 안해도 되니까 편하게 운동하라고 말해 주려던 것이 그만 꼰대짓으로 승화되고 만 것이다. 다음날부터 후배는 나를 피해 다녔고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실감한 첫 경험이었다.


또 한번은, 타 부서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 못한 것이 미안하여 밥이라도 사주겠다며 불러 놓고는, 요즘 부서가 어찌 돌아가느냐 새로 온 팀장은 어떠냐 등등 기득권 말잔치를 남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헤어지기 직전에는 그 친구가 입고 있던 겨울 점퍼를 가리키며 'XX씨, 이 점퍼 말이야 내 생각엔 좀더 포멀한 옷을 사입는게 좋을것 같아. 사람들 마다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 점퍼는 좀 아닌것 같아.' 라고 꼰대 직구를 날려버렸다. 나는 또 헤어지고 난 후에야 후회를 했다. 몇일 뒤 우리 사무실에 들른 그 친구는 아직 점퍼를 바꾸지 않은 생태였고 나와 눈이 마주칠까 얼른 볼일만 보고 이내 나가버렸다. 더 충격인 것은 나중에 보니 그 부서 팀장도 비슷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나 역시 상사의 뜬금없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곤 해 왔으면서도, 같은 행동을 내가 하고 있다니 놀랍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한편으론, 나에게 말 실수를 했던 그 선배들도 나처럼 꼰대짓을 한 후 자각의 과정을 거쳤을까, 나처럼 후회해 본 적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후회도 했을 것이다. 다만, 그리곤 점점 자각이 무뎌졌던 것이겠지.


선배가 꼰대가 되는 때는 다름 아닌 '말실수를 자각하지 못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은 말에서 비롯된다. 말잔치의 향연이 시작될 때 우리는 꼰대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게 될 것이다. 후배에게 조언을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 꼰대의 경계선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라. 꼭 필요한 말인지 한번더 생각해 보자. 내가 꼰대가 아닌가 늘 경계하자. '남자가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 처럼 '선배가 꼰대 되는 때'는 운명처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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