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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한 Feb 04. 2018

'세븐' - 죽기전 꼭 봐야할 폭력영화  

잘 만든 폭력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

당신이 영화 '세븐'을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나 작품성, 촬영기법, 연기력 등의 훌륨함을 굳이 나열하지 않을 것이다. 난 영화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당신을 설득할 능력도 없다. 난 단지 이 영화가 '폭력 영화', '잔인한 영화' 등으로 손쉽게 일반화되어 당신이 죽기전에 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고 싶을 뿐이다.


누구나 살면서 이따금 떠오르는 후회스러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대학시절 복수전공 수업이었던 '영화론' 수업 발표 시간이 그렇다. 우리 조는 '폭력 영화'의 미학 또는 긍정적 영향력에 관하여 발표를 했는데, 영화의 폭력성이 미치는 사회적 악영향이 더 크다는 학생들의 공격에 제대로 반론하지 못하고 발표가 끝나 버렸던 것이다. 그 이후 이때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 내 모습은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도 불현듯 생각이 나곤 한다.


내가 어린시절 처음 영화라는 것을 접한 것은 친척 집에서 비디오로 본 홍콩영화 '영웅본색'이었다. 같은 세대라면 오우삼 감독의 '주윤발 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슬로우 모션으로 비둘기가 날아가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 최초의 '폭력 영화'는 나를 영화의 세계로 푹 빠지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 폭력성은 나를 폭력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었고 빗발치는 총격적은 너무 멋있었을 뿐이다.



난 그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 비디오가게를 섭렵하며 많은 영화를 보게됐다. 프랑스 영화나 제3국 영화도 많이 봤는데 대부분 철학적 영화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부터는 그런 잔잔한 영화 보다는 좀더 제작비가 투입된(?),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더 즐겨 보게 됐고, 좋은 영화의 기준은 지루한 영화 보다는 적당히 자극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로 바뀌었다. 이왕이면 액션이 있고, 스릴이 있으면서 작품성이 있다면 더 좋은 것이다.


영화 '세븐'은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 영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렇게 잔인하거나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다만 기본 배경이 연쇄 살인사건인 만큼 그에 수반한 폭력성이 깔려있다. 그러나 숨막힐 정도의 시나리오 완성도,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을 통해 이 영화는 영화 전반에 깔린 폭력성을 고도의 카타르시스로 승화시켜 그것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가 개봉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20년 전에 영화를 본 후 최근 우연히 Netflix 에서 다시 영화를 보게됐는데, 너무나도 어제 본 영화처럼 생생하게 장면장면이 떠올라 깜짝 놀랐다. 좋은 영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진처럼 고스란히 마음속에 이미지로 새겨지는 것인가 보다. 이 영화의 충격은 사실 폭력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폭력성을 배경으로 그 사이사이 배치된 소소한 삶의 편린들이 비춰질때 감탄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쯤오니 이런 부족한 글로 내가 당신을 설득하여 이 영화를 보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노력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내가 '영화론' 발표 수업 시간으로 되돌아 간다면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것만 같다. 잘 만든 한편의 폭력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의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지 '세븐'이라는 영화가 증명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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