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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명록 Apr 21. 2023

無用의 존재

수명록 壽命錄

인간은 연약하고 무용하다.

생(生)을 선택할 수도, 사(死)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할 뿐이다.

단지 생존과 폐허의 믿음을 좇을 뿐이다.


한 무용의 존재가 병원으로 걸어 들어간다.

율리시스의 계약처럼 육을 기둥에 묶는다 한들 의식은 자유로이 춤추고,

제 발로 구속을 선택한들 불신의 양심들이 곳곳에서 의지를 드러낸다.

그들은 사건을 두려워한다.

이상징후를 캐내고 짐작한다.

감정 없는 표정, 마음 없는 질문들을 쏟아낸다.

사건이 화살이 될까 의심하고 경계한다.


연약한 자들의 무기는 쉽게는 가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신을 찾아도 본다.  

죽지 않고 살아서 해야 할 것은 나를 망각하는 일,

무용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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