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맞은편 중년의 남성이 손과 얼굴 근육을 바삐 움직이며 수어로 대화를 한다.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이기에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저들의 대화는 애정의 눈빛이 오가고 따스한 표정이 담겨있다. 관계의 해체를 말하는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우리는 말로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눈빛을 마주하기는 더욱이 어색한 사이에서 존재한다. 알아듣지 못해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보다 혼자 해결하는 것이 편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