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이 만난 날

by 안희정

떼로 몰려와 습기를 피우던 장마철의 공기

마지막까지 짝을 찾겠다는 매미의 절박한 절규

살려고 아스팔트로 기어 나왔던 지렁이의 객사

더위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쳐드는 잎사귀

그 끝으로 보이는 나무다운 선홍빛 전사의 시작

시선에 들어와 변화를 입증하는 잠자리의 날갯짓

모두 흙으로

전부 바람으로

언젠가는 빛으로

여름과 가을이 만난 날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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