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을 할 때 산보다는 나무의 배열을 보고 부족한 공간에 나무나 꽃을 심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다.
업무의 특성상 배열이 흐트러지면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성취에는 세심하게 주목하지 못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쳐야 하므로 팀원이 업무로 너무 바빠 보이면 조정해주기보다 가능한 한 내가 떠맡아 처리하려고 한다.
사소한 일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더니 그런 의도를 자신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책임으로 받아들여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구태여 긁어서 부스럼을 내기 싫어 못 본 척 지나치기도 했다.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 결단을 내리기보다 팀원의 의견에 많이 끌려다니는 편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가
나는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업무 불만과 스트레스, 갈등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리더의 애환과 외로움, 고독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직장은 계급 사회이다.
자본주의가 만든 사회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
피라미드의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나무를 심을 때 누가 나무를 옮겨야 하고, 누가 땅을 파야 하고, 누가 흙을 덮어야 하고, 심지어 누가 물을 주어야 하는지를 두고 날을 세우고 의견을 대립하며 아웅다웅 다툰다. 이 와중에도 약간의 이기심을 더 가진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이 가장 힘을 가질 때가 많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맨 위에서 앞을 향해서 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정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흔들리는 부분이 있으면 균형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우도록명령한다. 즉 조직 전체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본다. 그래서 조직원들의 감춰진 진짜 표정을 세밀하게 간파하기 어려울 수 있다(또는 다 간파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홀로 모든 걸 결정하기 때문에 리더만이 가지는 괴로움, 즉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어느덧 사회생활을 20년 넘게 하며 이런 현실을 알아갈수록 나는 정신적인 피로감과 삶의 덧없음을 종종 느낀다. 조직에 숨겨진 사람들의 야망과 이기심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이 애처로울 때도 있다.
누구나 한두 번쯤 하는 그 생각. '나는 직장생활과 맞지 않않는다.'는 흔한 말이 치받고 올라온다.
그러나 사회는 조직들이 모인 구성체이며 국가도 그런 사회들의 군집이다.
그러니 그 누구도 나를 둘러싼 사람이나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에 버티는 방법을 모색한다.
좋은 리더라는 큰 의미에 굴복당하지 않고 작은 의미부터 시작해보자.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는 리스너(listener)
속에 감춰진 아픔을 읽고 보듬어주는 리더(reader)
내 마음부터 잘 다스리는 리더(leader)
세상을 끌고 가는 훌륭한 리더(leader)들은 이미 많은 세상.
부족하지만 나 같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리더(reader) 한 사람쯤 있는 것도 세상에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나름의 자기 합리화를 해버린다.
오늘도 내 마음을 잡고 하루를 시작하는나와, 각자의 방식대로 리더로 사는 우리 모두를 성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