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상
효. 그 큰 의미와 작은 실천에 대하여.
사랑하는 딸에게.
딸아, 네가 엄마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오늘은 너를 위해 엄마가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책 얘기를 해줄게.
엄마가 딱 너만 했었을 때 읽었던 동화책인데 지금은 제목도 떠오르지 않아 그 책을 찾을 수가 없고 내용도 세세하게 기억할 수 없어 상상으로 이야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지만 어쨌든 평생 엄마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라 네게 꼭 들려주고 싶어.
자, 들어봐.
옛날 옛적에 한 나라의 임금님이 신하들과 회의를 하다가 백성들이 부모에게 더욱 효도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서 효도상을 주기로 했어.
곧 전국에서 유명한 효자들을 추천하는 상소문들이 올라왔지.
임금님은 그중 나라 제일 효자라고 소문이 난 사람의 집에 몰래 직접 가보기로 했단다.
나라를 대표하는 효자가 될 테니 상을 내리기 전 확실하게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셨거든.
임금님은 평상복을 입고 신하 한 명과 그 집을 찾아 시찰을 나갔어.
이윽고 그들은 동네에 도착해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었지.
“이 고을에 소문난 효자가 있나요?”
행인은 대답했어.
“우리 고을에는 천하제일의 효자와 천하의 불효자 둘 다 살고 있습죠.”
“아 그래요? 그럼 효자가 사는 곳은 어디이고, 불효자가 사는 곳은 어디인가요?”
임금님이 묻자 행인은 그들이 사는 곳을 일러주었어.
임금님과 신하는 우선 행인이 알려준 효자의 집 앞에 도착했지.
초가집이라 목을 조금만 빼고 보면 집안이 훤히 보였어.
마침 효자가 어머니와 마당의 평상에 앉자 밥을 먹으려던 참이었어.
임금님과 신하는 나무 뒤에 숨어서 담 넘어 그들을 관찰했어.
효자는 상을 차리고 어머님께 말했어.
“어머님, 찬이 시원찮아도 많이 드셔야 해요.”
효자의 어머니가 대답했어.
"나는 괜찮으니 네가 많이 먹어라.”
“저는 괜찮아요. 어머님이 잘 드시고 건강하시면 돼요.”
효자는 밥을 떠먹는 어머님의 숟가락 위에 연신 고기며, 김치를 계속 얹어주며 말했어.
그 모습을 쭈욱 지켜보던 신하가 임금님 옆에서 말했어.
“과연, 소문대로 정말 효자가 맞습니다.”
임금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어.
이번에는 불효자가 사는 집으로 가보았지.
임금님과 신하가 불효자의 집 앞에 미처 다다르기도 전에 집안에서 누군가의 한껏 상기된 목청이 새어 나왔어.
“엄마, 나 이거 먹기 싫다니까. 고기 먹고 싶은데..”
“알았어, 알았어. 고기 여기 있다. 그래도 야채도 골고루 먹어야지. 그래야 안 아프고 살지.”
그건 바로 족히 서른은 넘어 보이는 불효자와 백발 노모와의 대화 소리였어.
임금님과 신하는 이번에도 담장 밖에 숨어서 그 소리를 들었지.
밥을 다 먹자 늙은 노모는 밥상을 치우려고 마당으로 나왔어.
그리고는 물을 길어와 아들을 마당으로 불러 앉히고는 세수를 시켜주기 시작했어.
다 큰 어른인 아들이 말했지.
“아 씻기 귀찮은데..”
“엄마가 금방 해줄게. 다 됐다!”
노모는 아들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씻기고는 수건으로 닦아 주었지.
이 모습을 본 신하는 혀를 끌끌 찼어.
임금님은 잠자코 그 모습을 다 보고는 궁궐로 돌아왔어.
다음날 임금님은 신하들을 다 불러 모으고는 말했어.
“어제 첫 번째로 보았던 집의 아들에게는 2등 효자상을, 그리고 두 번째로 보았던 아들에게는 1등 효자상을 내리노라.”
함께 시찰을 했던 신하는 어리둥절해져서 되물었지.
“아니 임금님 왜 그 불효자에게.. 그것도 1등 상을 주시나이까?”
임금님은 근엄하게 말씀하셨지.
“가장 큰 효는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니라...”
어때? 재밌었어?
엄마는 우리 딸이 언젠가 이 이야기를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엄마가 생각하는 효란 바로 그런 것이거든.
할머니가 엄마를 약간은 모자란 딸로 본다면 엄마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부족한 딸로 사는 게 할머니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효도를 하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효가 아닌 부모가 원하는 효도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
효도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 대단한 의미 속에 작은 실천을 숨기고 있어.
명절이나 생신날에만 거창하게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될 수 있는 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그리고 한 번 더 웃을 수 있게 해 드리는 것, 그게 바로 효가 아닐까 엄마는 생각해.
그래서, 엄마는 네게 참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의 엄마가 웃는 날이 더 많아졌거든.
나도 우리 딸처럼 엄마의 엄마에게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도록 더 노력할게.
고맙고 사랑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