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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Aug 31. 2022

라이트 라이팅 1기 소감문

이라고 쓰고 권수호 작가님께 바치는 헌정글이라 읽는다.

라이트 라이팅. 라라 크루, 라라 랜드.

모두 내가 소속되어 있는 글쓰기 모임을 지칭하는 여러 이름이다.


문득 처음 지인이 알려줘서 모임에 참가 신청서를 썼던 그날 밤이 떠오른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정말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으니 한두 시간만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가족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그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아직도 불가사의하다. 나는 A4 한 장 분량의 글을 한 번도 쉬지도 않고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마음속에서 계속 같은 외침이 들렸다.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쓸 거야. 글을 쓰기 위해 반드시 이 모임에 들어가야 한다...'


지나고 보니 그날의 나는 참 절박했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 쓸 줄 몰랐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썼었는지 다른 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말을 한 건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냥 글을 쓰는 법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고, 글 쓰는 들과 가까이 지내며 물들고 싶습니다."


다음날 모임 리더인 권수호 작가님의 답장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라라 크루 호스트 수호입니다. 오픈 채팅방에 초대드립니다."


살면서 이런 성취감을 느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해냈다는 기쁨과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대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동안 나는 괴로웠고, 기뻤고, 슬펐고, 행복했다.


처음 느껴보는 그 모든 감정의 폭풍우를 맞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할 때마다 조용히 다가와 내 손을 지그시, 그러나 강하게 잡아주던 벗들이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들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길을 평소 좋아하는 책 '빨간 머리 앤'에서 나온 말 kindred spirits 즉, 비슷한 영혼들(관심사나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라는 단어에서 찾았다.

좋아하는데 쓰기 싫은 그 모순된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교감은 짜릿하게 즐거웠다.

그것은 마치 아는 이 하나 없는 외국의 길거리에 덩그러니 혼자 서있을 때 같은 핏줄의 한국인을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민족적 동질감 같은 감정이었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지닌 사람들과의 강한 연대 의식은 글쓰기 초짜나조차 끌고 가게 만드는 거대한 힘이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내게 단순히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역할을 차지하는 동반자들이다. 

시간의 흐름은 설렘을 떠나보내고 우애를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게 처음 라라 크루를 만든 권수호 작가님의 덕이다.

그리고 그 역시 우리라는 복을 받았다고 확신한다.


라라 크루가 이제 2기를 출범했다.

아무리 맑고 깨끗한 물이라도 계속 흘러야 빛이 나듯이 라라 크루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자극으로 선순환이 되어야 함을 안다.

그리고, 그 순환 속에는 언제나 그들의 글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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