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연장에서

by 안희정

4월은 봄의 절정이다

사방에 봄꽃이 만연하다

패션쇼에서 현란한 옷을 입은 모델들의 워킹처럼

길가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런 꽃 주위로 너도나도 몰려들어 사진을 찍는다

많은 이들이 그 화려함에 넋을 잃고 빠져들 때

무대 뒤의 누군가는 그들의 치열한 발을 쳐다보며 마음을 동동 구른다

나는 개화를 거드는 마음으로 그들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꽃나무 아래로 지난겨울에 떠난 줄 알았던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정성을 다해 꽃의 발을 감싸는 모습에 순간 마음이 동했다

아 이것이야말로 과거의 의미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줄 알았던 낙엽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남아서 버석거리는 몸으로 꽃을 받치고 있었다

나의 지난날도 낙엽과 같다

그날의 눈물은 말라비틀어졌어도 형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히 남아 내 연약한 영혼을 돌돌 감아주었다


지금은 봄의 시간

낙화도 봄이다

낙엽도 봄이다

낙조도 봄이다

영혼도 봄이다

겨울도 봄이다

우리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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