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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Apr 23. 2023

눈은 원래 젖어있다

오늘 아침 인터넷을 뒤지다가 식물인간 아들을 15년간 돌본 며느리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한 중국의 한 노부부의 사연을 보았다. 순간 나는 노부부의 심경에 빨려 들어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평생 볼 일이 없는 노부부와 며느리의 사연에 가슴을 움켜잡고 이리 시원하게 눈물 흘리는 걸 보면 나는 울 수 있는 명분을 계속 찾고 있었나 보다.

     

9개월 동안의 글쓰기

1개월 하고도 보름 동안의 퇴고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술을 못 먹는 사람이었는가 싶을 정도로

술기운에 마음을 절였다

욕망과 고통은 한 몸

간절함은 내게 독이었다

이제 와 지친 몸은 더 무거워진 영혼을 질질 끌고

마지막 관문 앞에 선 나는 앨리스의 물약병을 마신 듯 끝없이 작아진다  

   

두려워 말자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노력했다

평생 나와 상관없던 새벽 새의 지저귐을 희망으로 듣고

모니터 속 세상에 들어갔을 때마다 그저 행복했다     


외로워 말자

마침과 상관없이 얻은 것이 많다

편견 없이 글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생겼고

그들은 내게 글만큼 소중하다     


서글퍼 말자

성과와 상관없이 나는 성장했다

눈물이 흐르는 건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눈은 원래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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