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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 하나]

by 안희정

어릴 적 여름철만 되면 집에 모기가 극성이었다. 이상하게 식구들과 같이 자도 나만 모기에 더 많이 물리고는 했었는데 참을성이라곤 없었던 나는 그럴 때마다 가려움을 못 참고 손톱으로 벅벅 긁어댔다. 손독으로 성난 피부는 결국 화가 난 듯 퉁퉁 부었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가려움에 중독되어 짜증이 극에 달아오르면 언제나 나의 영웅 아빠가 한 손에 안티푸라민 연고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곤 내가 스르륵 눈감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손으로 마사지해주었다.


"우리 공주 이제 안 가렵지?"

"아니. 가렵거든. 더 해줘."

"에이 참. 이제 안 가려울 텐데."

"아빠가 안 문질러주면 나 안자."

"이렇게 키워 뭐하나."

"아빠. 문지르면서 말해."

"어이쿠, 알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도 그때의 아빠 나이가 되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자려는데 딸이 다리에 모기가 물렸다며 징징거린다. 나는 말없이 서랍에서 안티푸라민 연고를 꺼냈다.


"이렇게 하면 하나도 안 가려워."

"아. 좋다. 엄마 계속해 줘."

"엄마 힘들어. 이제 그만하자."

"싫어. 계속해 줘. 엄마가 문질러주니까 좋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이구. 딸내미 이렇게 키워 뭐하나."

"엄마. 멈추지 마."

"그래. 그래. 하고 있어."


오늘따라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사랑은 대물림된다는 걸 나는 아빠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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