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편지] 당연하게 받고, 전혀 고마워하지마.

아들에게 보내는 초보부모의 러브레터

by 똑띠의 하루


- 후퇴는 갑작스레 찾아 올 걸 알았지만…

저녁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10시간 통잠을 자던 네가 갑작스레 새벽에 두어번 깨더라. 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던 신생아 시절에 비하면 무리가 아닌 것 같지만, 달콤함을 이미 맛본 뒤에는 조그마한 쓴 맛도 크게 느껴져. 저번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엄마는 언제나 후퇴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접해보니 만만치 않더라.

신생아 시절에는 새벽수유는 물론이거니와, 짬짬이 졸린 눈을 애써 떠가며 공부도 했는데, 고작 새벽에 한 두시간 정도 너를 안았다고 낮에 네가 잠드는 내내 옆에서 함께 골아떨어지기 바빴지. 너를 달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 휘청거리기까지 했지 뭐야.

나 오늘 너희 집 간다.


이런 나를 가장 먼저 챙기는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야. 내가 전화를 자주 놓치고, 가까스로 연결이 되면 목소리가 낮게 깔린채 메마르게 대답하는 것이 신경쓰였는 지 두 분이 주 1회 찾아오시더라.

어느 날이라고 딱히 정해둔 건 아니야. 게다가 나는 당신 건강 먼저 챙기라고 괜찮다며 할 수 있다고 걱정말라 만류했지만, 매 주 너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하염없이 안고 쓰다듬으면서 “내 딸 왜 힘들게 하니, 요 귀여운 아기야” 라고 농담하러 오시지.

엄마는 육아 끝나서 좋겠다!


임산부 시절, 선배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지금이 가장 좋을 때야.” 본격적으로 육아를 시작하면 힘들테니 즐기라는 식이었지.

조잘조잘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전하다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엄마는 이제 육아 끝나서 좋겠네, 부럽다!”라고 말했어.

끝나긴 뭐가 끝나, 이 지지배야.


할머니는 솔직한게 매력인거 알지? 엄마에게 너를 키워보면 무슨 말인지 알거라고 하더라. 불과 몇달 전인데 돌이켜보면 참 해맑았다 싶어.

육아는 평생하는 거야.


엄마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 공감해. 매 주 그 광경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니.


- 엄마, 아빠! 정말 고마워.

엄마가 요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야. 결혼 전에는 쑥스러워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인데, 너를 낳고 난 후에는 숨쉬듯 편하게 나와. ​

사람은 비빌 언덕이 있어야 살아.


언젠가 본 책에 있던 문장이야. 엄마는 비빌 언덕이 꽤 많아. 그 중에 가장 넓고, 보드랍고, 따듯한 언덕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야.

엄마 손목이 걱정 된다고 물건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게 하고, 당신은 잠시도 앉아있지 않고 집안일을 찾아 하시면서 내게는 누워 잠을 청하라 하시지. 또 네가 울 때면 눈 깜빡할 새에 안고 모든 불편함을 해결해 주면서 어여뻐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는 듯 기뻐하시지.

이런 두 분을 보면서 어떻게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니.


“와, 이 김치찌개 진짜 끝내준다. 소주 한 잔 안할 수 없는데? 엄마 음식 먹을 수 있는 난 행운아야. ”, “이야, 청소 열심히 한다고 한건데 어디서 이런 먼지가 나왔어? 나는 아빠 절대 못따라가”

남들이 들으면 곰살맞다 못해 간지러운 말을 어떻게 그리 쉽게하나고 할 수있지만, 내게는 정말 쉬운 일이야. 마음 속에 든 것을 그대로 꺼내서 예쁜 상자에 담아 내기만 하면 되거든.

결혼 전에 이 말들이 어려웠던 이유는 별다른 계기없이 툭 내뱉기 힘들었기 때문이야. 이젠 너라는 매개가 있기에 마음껏 마음을 내보일 수 있어. ​

네게도 가장 따듯한 언덕이 되고 싶어.


너에게 내가 마음이 힘들거나 몸이 피곤할 때, 가장 먼저 찾게되는 그런 곳이길 바래. 언제든 엄마에게 짜증내고, 큰 소리로 화를 내도 괜찮아. 그건 네 속에 잔뜩 얽힌 실타래를 토해낸다는 의미니까. 함께 풀어도 좋고, 아니면 버려두고 가도 괜찮아.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때로는 해결사가, 언젠가는 창고지기도 될 수있어. 전제조건은 딱 하나. 네가 원할 때만이야.

엄마는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항상 이 자리에 있을게.

네가 엄마 곁을 떠나고 싶을 때도 주저없이 흘쩍 갈수 있도록, 엄마는 늘 같은 자리에 있을거라는 확신을 줄게. 언제든 돌아올 널 위한 공간을 꼭 마련해 둘거야. 가장 따듯하고, 포근한 곳으로 말이야. ​


-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할 수있으니까 하는 거야.

몸 여기 저기가 아프다는 할머니가 걱정되서, 매 번 집에 올때마다 반찬을 바리바리 싸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어. 군 말없이 몸을 움직이는 할아버지가 염려스러워서, 그냥 앉아서 너를 바라만 보라고도 했지.

고맙거나 미안해하지 말아라.
해줄 수 있으니까 하는거야.


더 나이들면 해주고 싶어도 못한다며, 주는대로 받기나 하라는 할머니, 할아버지 말에 엄마는 입을 꾹 다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더라. 두 분께 뭐라도 돌려드리고 싶은데, 자식은 나는 늘 더 큰 것을 받기만 해. ​

그래서 네게 주려고 해.


두 분께 받은 걸 너에게 전달하는 것. 그게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 믿어. 너 역시 엄마에게 고맙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도 네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어. 그게 엄마가 두 분께 배운 사랑이거든.

그러니까, 언제나 당연하게 받아줘. 내 사랑을.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 링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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