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편지] 덫을 치는 부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by 똑띠의 하루

좋아하는 간식을 꼭꼭 숨겨두고 남몰래 하나씩 음미하며 꺼내 먹는 것처럼 보는 웹툰이 있어. 너와 함께하는 동안 이야기가 가득 쌓이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기차에 몸을 실은 차에 보따리를 풀어봤어.

속에서 보물이 줄줄이 흘러나오는 걸 주워 담기를 여러 번, 그중 우리에게 걸맞은 말이 있어서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

우리 모두 부모 품에서 태어났다. ​
때문에 어린 자식 기르는 공만큼 은혜로운 일도 없고,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효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

하지만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부모와 자식은 일 억 광년 또 일 억 광년만큼 떨어진 남이다. 즉,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공과 효에 미혹되어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놓은 덫에 걸리지 말아라.

(쌍갑포차 복국 중에서)


죄를 지은 부모를 둔 자식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주기 위해 한 인물이 하는 말이야. 한 음절도 쉬이 건너뛸 수 없을 만큼 꽉 들어차있어서 오래 담아두고자 그대로 가져왔어.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독립 개체다.” 흔하게들 하는 말이야. 임산부 시절부터 마음에 새기려 노력했지만, 같은 말이라도 메신저에 따라 가지는 힘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지는 법이지.

이렇게 알알이 가득 찬 글을 보는 순간 애써 기억하려 들지 않아도 쉽게 각인되더라.

그래 맞아. 탯줄이 끊어진 순간부터 너와 나는 완벽하게 각자 존재해. 이 사실을 잊을까 봐 노심초사하기를 여러 번이었는데, 웹툰을 읽는 내내 이제는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애쓰게 되는 이유는 확실히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야.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사실.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마음에 낙인처럼 찍히진 않았나 봐.

그도 그럴 것이 10달 동안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었잖아. 오죽하면 태명도 링크를 귀엽게 발음한 링키로 지었겠니.

네 손짓과 발짓,
네 딸꾹질,

태동을 느낄 때마다
우린 하나란 걸 확신했지.

엄마와 아빠의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조각상인 너.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때마다 착각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나 봐. 글을 쓰기 위해 앱을 켠 순간까지도 애쓰고 있었으니 말이야.

확신을 갖지 못하면 이리저리 휘둘리게 돼. 사람과 상황 그 어떤 것에도 단단히 버티지 못하고 꺾이기 마련이지. ​

우리가 각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부모가 친 덫.

글귀 중 마음을 가장 관통한 내용이야. 지금까지는 단순히 너와 나는 다른 존재라는 인식을 하는 건 좋은 부모로 성장하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여겼어. 필수가 아니라 생각했나 봐.

하지만 ‘덫’이라는 키워드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내가 네 발목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거야.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해. 네 전용 최선 주의자야. 어중간한 마음과 자세로 무언가를 얻기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가끔 잊어. ​

덫이 아니라, 디딤돌을 놓아주는 부모이고 싶어.


네 길 앞에
디딤돌을 하나씩 놔주는 부모.


너 대신에 길을 걸어주는 덫을 칠게 아니라, 디딤돌을 하나씩 놓아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이고 싶어.

그러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게 먼저겠지.

좋은 본보기가 될 것.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신뢰하는 행동이야. 남과 함께 움직여야 할 때 억지로 등을 민다고 마음대로 흘러가기 힘들어. 오히려 내가 이동해서 생각지 못한 이득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손을 내미는 게 더 빠르지.

네게도 참고할 만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 목적이 정해지면 목표도 쉽게 세울 수 있지.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
2.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것.
3. 그 일로 안전자산을 쌓을 것.

지금 네게 보여줄 수 있는 최대 모습이야. 그래서 짬 내서 공부하고,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 네가 생존하는 데 무리가 없게 되는 그날까지 무한 반복할 생각이야. 그래야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겠지.

단계를 하나씩 밟아갈 거야. 미래는 모르쇠하고 말이지.

어떻게든 되겠지!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야. 그 속에는 무책임함보다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어. 평생 쌓아온 지식, 경험이 내 무기가 되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집중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할 뿐이지.

나는 이렇게 성장할 거고, 그걸 네게 고스란히 보여줄 거야.

내 모습을 보고 어떤 것을 얻는가는 네 몫이지. 부디 도움 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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