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살다 보면 기세가 밀릴 일이 더러 있어. 나도 모르게 사람이나 상황에 위화감을 느낄 때가 특히 그렇지. 엄마는 그때마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대하게 서있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의연함이 몸에서 흘러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 내공은 없어서 어느 정도 품이 들고는 해.
하지만 네 앞에 서면
속절없이 기세가 밀려.
네 눈동자가 나를 향할 때. 나는 무장해제돼. 버틸 생각일랑 하지 않아.
집안을 흔드는 네 우렁찬 울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질 때는 허겁지겁 발걸음을 옮겨서 네가 원하는 걸 가져오고, 온 세상을 따듯하게 밝히는 미소를 볼 때면 내 모든 걸 너에게 다 주고도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
이런 네 앞에서 어떻게 기를 펼 수 있겠니? 엄마는 너에게 기세를 내보일 생각은 추호도 안 해. 가능할 리가 없지. 언제나 질 게 뻔한 데 뻣뻣하게 목을 세워서 뭘 하겠어. 그 시간에 네게 눈길 한 번 더 받으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는 게 현명한 일이지.
오직 너에게만
기세가 밀려.
어느 누구에게도 기세로 밀리지 않으려고 나를 갈고닦아 왔어. 바꿔 말하면 강한 기를 타고난 건 아니라, 기세가 단단하기를 염원하며 노력해왔다는 뜻이지. 어떤 일을 하든 항상 밀리지 않는 기부터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될 만큼 말이야.
하지만 너와 관련된 일에는 달라. 또렷한 눈빛으로 네가 나를 한 번 쳐다보면, 쨍한 목소리로 네가 나를 부르면 갖고 있던 방패를 내려놓고 두 팔을 벌리게 돼. 그때 내게 최우선 순위는 오직 너야.
결국 기세가 밀리지 않게 노력하게 되겠지만…
나 훈육 시작하려고.
21개월 누나를 키우는 엄마 친구가 오늘 한 말이야. 누나가 식탁 위에 발 딛고 올라가 밥이 반 이상 남은 식판에 물을 쏟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하더라. 엄마 친구 표정에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
훈육해야 하는데,
귀여워 죽겠기에 문제야.
아직 3개월 밖에 안된 초보 엄마인데, 어찌나 공감 가던지 몰라. 네 숨소리 하나도 놓치면 아까워하는, 골수팬인 나도 언젠가 같은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래봤자 그런 척일뿐일 거야.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 엄마는 언제나 네게 약할 거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그럴 뿐. 낮에 호통친 게 미안해서 밤에 몰래 너를 쓰다듬겠지.
넌 나를 언제나 이길 거야.
엄마는 네게 언제나 질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럴 수 있는 이유 첫 번째는 네가 바르게 자랄 걸 알기 때문에. 두 번째는 내가 그러고 싶기 때문이야.
네 안전 쿠션이 돼줄게.
화날 때는 마구 얼굴을 묻고 소리치고, 슬플 때는 눈물을 적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어. 그러려면 온전히 기세가 밀려야 해. 그 방면에는 자신이 있네. 네 눈동자를 볼 때마다 경험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언제나 나를 네 등 뒤에 두고, 편한 자세로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네 뒤에서 너를 받치고 있을게.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