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편지] 남과 너를 비교하게 될 때, 꼭 봐줘.

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by 똑띠의 하루

[인간극장을 좋아해.]

임신부일 때, 주로 인간극장을 보면서 밥을 먹고는 했어. 같은 세상을 전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얻는 게 좋았어. 때로는 부끄러움을 또 언젠가는 용기를 얻기도 했지.

네쌍둥이에 첫째 아기까지,
다섯 남매 부모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본 인간극장 회차 제목이야. 네 100일을 축하하고 아빠와 소파에 늘어져있다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지.

저 엄마, 진짜 강하다.
나 자신, 징징거리지 마!


다섯 아이들이 가진 어려움을 능숙하게 도와주는 모습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언제부턴가 연약해져있던걸 깨달았어.

엄마는 뭐든 “나라면 할 수 있지. 당연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요새는 “나 요새 이것저것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하며 상황에 지레 겁먹고 있었거든.

[나만 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더라. ]

내 마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때가 분명히 있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뭔지, 히고 싶은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가 특히 그래.

하지만 그러다 보면 가끔 온 세상을 뒤로하고 내 세상에 갇히게 돼. 너무 깊게 파고들다 보니 내가 만들어온 길밖에 보이지 않고,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의심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내 안에 존재해. 어떨 때는 탐구심으로 발전해서 한없는 정신 고양을 돕지만, 가끔은 의구심으로 변해서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하지.

[의구심을 느낄 때, 나를 도와준 건 생판 모르는 남이었어.]

TV 속 다섯 아이 엄마가 아이들 등원을 마치고 씩씩하게 한 끼를 꿋꿋이 챙겨 먹는 모습을 보는 데 엄지를 치켜들고 싶더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도 자신을 단단히 챙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

엄마는 요새 네가 낮잠 자는 동안 따라 자기 바빴어. 최근 네가 새벽에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깨고 있거든. 네 상태를 기민하게 살펴야 한다는 내 예민함 덕분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 탓이지.

그런데 아무리 따라자도 체력 회복이 쉽게 되지 않더라. 아마 몸보다 마음의 문제가 컸기 때문인가 봐.

당신은 성취감이
가장 큰 인생 욕구인 것 같아.


아빠의 말은 대체로 맞아. 엄마는 쪽잠으로 체력을 채우는 것보다 짬짬이 공부해서 작은 성취라도 이뤄내는 걸 더 선호해. 그게 더욱 나를 챙기는 일이라 여겨왔어.

하지만 요 근래에는 잠깐 잊고 있었나 봐. 내가 인생에서 성취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늘 생판 모르는 남인 다섯 아이 엄마가 내게 알려줬어.

나와 남을 비교해도 괜찮아.


사실 엄마는 다섯 아이 엄마를 보고 어리광을 부린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고, 나와는 반대로 다부진 마음을 가진 게 부러웠어.

남이 가진 것이 탐 나서 질투하거나 또 자신을 비관하며 맹목적으로 따라 하게 되는 건, 다른 이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야.

하지만 부작용이 두렵다고 해서 이득을 눈앞에 두고 지나가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해. 좋은 약도 쓰는 법을 모르면 독약이 되는 법이잖아. 엄마는 그래서 항상 이 생각을 염두에 둬.

저 사람이 가진 빛나는 것은
오랜 세월 어둠 속에서 빚은 거겠지.


남이 가진 것이 지나치게 빛나다 보면 가끔 반대쪽의 어둠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질투나 비관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거라 생각해. 이 마음을 항상 염두에 두면 나도 모르게 늪으로 빠지는 일은 막아지더라.

아무 노력 없이
원래 갖고 있는 걸수도 있지.


물론 노력없이 태생만으로 거머쥐는 것들도 분명 있어. 그럴 때는 그 사람의 시작보다 과정에 집중해. 아무리 좋아보이는 걸 갖고 있어도, 내가 모르는 고충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야.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은 만나기 힘들어. 만약 어쩌다 만난다면 그건 행운이지. 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고,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테니까.

남과 나를 비교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를 고민해.

엄마는 비교하다 보면 느껴지는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는 편이야. 자괴감 뿐만 아니라 우월감도 경계하지. 지나치게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그다음을 생각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

내가 부족하다면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고, 반대로 많다면 왜 그런지 원인부터 분석해서 더 확장시킬 생각을 해. 그러면 부작용에 빠지지 않고 이득을 취할 수 있지.

[거짓 없이, 당당한 자세를 얻어.]

내가 가진 마음을 남에게 고스란히 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야.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추한 모습이 속에 들었을 때 특히 그래.

하지만 겉과 속이 같을 땐 전혀 문제가 없지. 마음에 있는 걸 그대로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야. 남과 비교하면서 얻은 감정을 내 식대로 잘 소화해야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내 마음이 일치가 돼. 그러면 내가 부족해도 부끄럽기보다 오히려 당당할 수 있어. 지금은 내게 없지만 나중엔 더 많이 생길 거라는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남과 너를 비교해도 괜찮아.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다만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네 발전의 기울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해.

우리 아들이라면 엄마보다 더 쉽고 빠르게 그 길을 닦아나갈 수 있을 거야. 엄마, 아빠가 언제나 네 뒤에 있을 거니까.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 편지] 골치아프게 사는 게 습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