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저 사람은 내버려둬도 돼.
알아서 다 찾아내니까.
엄마 친구 남편이 내게 한 말이야. 꽤 오래 된 사이라 터울없이 지내는 데, 친구에게 소아과 관련 노하우를 전해듣던 찰나에 이런 말을 하더라. 너털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지 뭐야. 반박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어.
너무 신경 많이 쓰지마.
“당신이 너무 스트레스받을까봐 걱정 돼.” 아빠가 자주 하던 말이야. 너와 관련 된 일이라면 A부터 Z까지 찾아보는 엄마가 우려스러웠나봐.
난 모든 걸 의심해.
심지어 나조차도.
그때마다 엄마가 하는 대답이야. 엄마는 의심이 많은 편이야. “원래 그래.”, “대충 하면 돼.”, “그냥 그런거 아니야?”라는 말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지.
세상에 밝혀진 진리 중에 몇 십년이지나 오류였던 사실이 얼마나 많은데. 인간은 죽는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유일한 진리야.
“왜?”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던질 줄 알면 탐구의 길이 열려. 겉으로 보면 절대 알 수 없었던 내막을 발견하는 순간에 희열을 느껴. 전혀 상관없던 것들이 사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 돼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건 아무리 경험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야.
참 골치아프게 산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남들은 이렇게들 반응하지. 그래서 이제 남들 앞에서는 되도록 의심의 순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 남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은 내 에너지가 많이 들어.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돼. 내 본질을 이해하게끔 도와야 할때는 나를 어필하는 순간이라 생각해. 그 때를 위해 힘을 아껴야지.
누군가는 신경과민이라고 하고, 예민하다고 하지만 그 말이 성립되려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하지만 엄마는 그 반대야.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답답해져.
파고 들고,
발견 하고,
마음에 쌓는다.
관심있는 분야를 발견하면 이렇게 행동해. 그냥 지나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선택적으로 움직인다는 거야. 먹고 자는 내내 모든 일에 의구심을 갖고 해결하려 드는 건 내 능력밖인 걸 잘 알아. 가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편해.
네가 먹는 것, 입는 것과 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내 관심 대상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 네게 가장 최선인 것을 찾는 게 엄마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지.
평소보다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서 가끔 못본 척 뒤로 미룰때도 있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아. 내겐 너무 당연한 일이야.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너니까.
하지만 곧 늘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거야.
전제조건은
네가 필요로 할때.
네 생존에 직결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전제조건을 꼭 염두에 둘거야. 네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그때서야 골치아픈 습관을 꺼낼게.
일방통행 사랑처럼 안타까운 일이 어디있겠니. 엄마가 그렇게 행동 하지 않도록 미리 다짐해둘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하지만 네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난 언제나 골치아플 준비가 되어있으니 편하게 나를 쓰고, 언제든 두고 떠나도 돼. 난 기꺼이 네게 가장 사용하기 편한 도구가 될 준비가 되어있거든.
그러니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 나는 널 항상 염려하고있어.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