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1장. 02 인간관계, 이대로 괜찮을까?

괜찮지 않은 관계를 위한 조언

by 자윤
‘건어물남’, ‘건어물녀’


밖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일이 끝나면 이성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편하게 건어물을 뜯어 먹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일에 지친 현대인들이 연애 또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 대신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을 선호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직장 동료 및 상사 또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나머지 퇴근 이후 시간에는 집에서 홀로 있기를 자처하는 것이다.


연령을 막론하고 관계 단절은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고독사’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고령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령 여부에 상관없이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사람들 간 소통 부족을 반증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로 주변 이웃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살았다면..’과 같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건어물.jpg 퇴근 이후 시간에는 집에서 홀로 있기를 자처하는 건어물남, 건어물녀가 늘고 있다.


직장 동료 또는 주변인과의 사소한 의견 충돌이 누적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시작으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퇴사 또는 이별을 생각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이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볼까 하여 휴대폰을 붙잡고 이 사람 저 사람 전화를 걸지만 그마저도 그때뿐이다.


별따기.png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이다.


1. 50대 A 씨는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지인 말만 믿고 서울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내려와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다 그만 무리하게 자금을 투자하고 쫄딱 말아먹은 것이었다.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가정을 책임질 수 없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이 모든 불행이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져 모든 지인들과의 교류를 끊었다.


2. 20대 H 씨는 취업 준비생이다. 그녀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느낀다. 연락과 만남이 뜸해진 탓이다.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H 씨는 친구들과 관계를 끊지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를 지속했다. SNS를 통해 친구들의 근황을 살피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 A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친구 B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도리어 자괴감만 들뿐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는 가족들과도 이런저런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들이 자신의 시험에 대해 묻을 때면 정말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그녀는 가족들이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했다.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할 뿐이다.


3. 10대 K는 교우 관계로 고민이 많다. 챙겨야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K는 현재 다양한 그룹에 속해있지만 이 두 그룹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쪽 친구들에게 잘해주자니 다른 쪽 친구들이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양쪽 모두를 끊자니 자신이 힘들고. 그녀는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사이가 나쁜 친구들이 다툼 후, 모두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자꾸 자신을 찾는 친구들을 피해 귀가 후 K는 휴대 전화기를 일부러 꺼둔다.


4. 학생 J는 친구보다 게임이 좋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J를 보며 J의 가족들은 걱정이 많다. 딱히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게임을 하다 보면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특별히 그는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5. 직장인 M 씨는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상사의 괴롭힘 때문이었다. 상사는 조직적으로 M 씨를 괴롭혔다.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트집을 잡아 그에게 면박을 주는 것은 기본이었고, 노골적인 인격 모독까지 서슴지 않았다. 상사의 정신적인 폭력이 지속되자, 직장 동료들까지 가세하여 텃세를 부리며 M을 따돌렸다. 몇 개월간 직장 동료와 상사가 담합하여 그를 못살게 굴었고, 버티지 못한 M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사람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그는 이전 상사 같은 사람들을 만날까 재취업도 두렵다.


이밖에도 관계에서 오는 갈등 사례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오는 문제는 획일적이지 않고 그 답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 첫 시작은 바로 관계의 중요성을 깨치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즉,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다. 자신만의 삶에 몰두하며 사는 것도 값진 일이겠지만 인생을 즐겁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은 필수다. 게임도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은가.

두 번 째는 관계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관계는 누구나 어렵다. 아무리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분명 갈등과 고민은 존재한다. 사람이 어우러 사는 공간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이 없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며 갈등을 통해 관계는 성숙해진다. 만약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관계에서 오는 수많은 어려움과 상처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우리 몸은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 관계를 더 이상 맺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관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들)은 더욱이 인간관계는 누구나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고 타인으로부터 받은 아픈 기억으로 자기 자신을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챙기려다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가까이는 주변 지인에서부터 멀게는 온라인 친구까지. 이렇게 방대해진 관계 속에 모든 이를 챙기려다 보면 금방 방전이 되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된다. 따라서 나 이외의 타인에 대해 적당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완벽하게 정해진 답은 없다. 개방형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결국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답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더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존재이다. 인간관계가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자. 괜찮지 않다면 더 괜찮아질 일만 남았으니까 말이다.


인간관계, 이대로 괜찮을까? 괜찮지 않다면 더 괜찮아질 일만 남았다. 포기는 이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1장. 01 지금 '나 혼자 산다' 열풍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