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극복하기
나와 친한 친구 M은 안부를 주고받다가 나에게 걱정을 털어놨다. 요즘 같은 직장 내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과 자신이 자꾸 충돌한다는 것이었다. M이 열심히 노력해서 업무를 끝내 놓으면 그 업무에 숟가락만 얹는 행동은 기본이고 심지어 M에 대한 험담을 주변 사람들에게 늘어놓는다고 했다. 또한 그 계약직 동료는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친구인 M한테 미루기 일쑤였다.
동료로 인해 내 친구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직접 그 동료에게 강력하게 얘기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소용이 없었다. M은 그 사람 때문에 자신이 10년은 더 늙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나도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와 함께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직장 동료로 인해 많이 힘들어서였을까. 친구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걱정하기를 잠시. 계약직 직원이 계약 만료로 떠나간 후, 그녀의 건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 그녀는 스트레스를 주던 동료가 없는 직장에서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다.
인생사 대부분의 고민과 걱정은 관계에서 기인한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관계가 원인이 되는 일들이 많다. 울적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 연유를 물어보면 표면적으로는 업무 때문이라고 답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인은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또한 신규 시절에는 학생 지도 시, 수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과 같은 눈에 보이는 측면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수업도 놓치면 안 되는 요소이긴 하지만 관계를 이길 순 없었다. 학창 시절, 우리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열심히 듣는 반면, 관계가 나쁜 선생님들의 수업은 듣기 싫어하고 심지어 그 과목이 싫어지는 경험처럼 말이다.
어느 날 나는 학부모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우리 K가 혹시 과학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요즘 도통 학교에 가기 싫어해요.
이러한 문자를 받고 나는 바로 학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사연은 즉 친구들이 K를 과학 시간에 부장으로 추천하자, 평소 수업 태도로 K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전담 선생님께서 K에게 네가 할 수 있겠느냐며 다른 친구에게 부장 자리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일 때문인지 K는 해당 전담 교과 시간이 점점 더 싫어져 학교에 가기 싫다며 지각을 하곤 했다. 나는 학부모님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말 안타까웠다. 이후 사실 확인을 위해 나는 전담 선생님께 K에 대해 살짝 여쭤보았다. 턱을 괴고 수업을 듣거나, 지속적으로 떠드는 등의 행동으로 선생님 또한 내심 고민이 많으셨다. 말을 해도 그때뿐, 잘 고쳐지지 않고 문제 행동이 지속되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K의 수업 태도가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갈등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둘 사이의 ‘관계’였다. 만약 평소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고 서로 예의를 갖추었다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자꾸 문제 행동으로 엇나가니 괴롭고, 학생은 소원해진 선생님과의 관계로 그 수업이 괴로워지는 것이다.
나는 학기 초 학생들 및 학생들 간 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학생들과 관계 형성이 잘 이루어지고 학생들끼리의 관계가 좋으면 학급 내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잘 해결되기 때문이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학생들과 관계를 잘 맺는 선생님들은 1년 동안 별 탈 없이 학급을 운영한다. 그러나 학생들과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 학급 내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쉽게 무너져 내린다.
친구 B는 직장인 2년 차다. 그녀는 가끔 연락하며 나에게 소식을 전해주곤 한다.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직장 상사가 자신을 타깃 삼아 괴롭히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했다. 몸이 힘들어 병가를 사용하려 하자 오히려 친구 B에게 꾀병이 아니냐며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거기에 자기 밑으로 들어온 후배들 역시 친구가 지시해놓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고 했다. 중간에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며 친구를 위로했다.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관계에서 기인한다. 주변 동료들과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힘든 일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들은 힘든 일이 생기면 더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아무도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 더 멀어지게 된다. 관계가 좋으면 일이 술술 풀리지만 관계가 나쁘면 잘 될 일도 그르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힘이다.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아예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관계는 기복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어도 가끔씩 갈등이 생기거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갈등이 아예 없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하며 가끔은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결국 핵심은 갈등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이다. 그런데 간혹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은 무조건 굽히고 남에게 100퍼센트 맞추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의 사람을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원만히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애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만의 색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타인의 반감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자신의 색이 분명하면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적당한 표현은 관계를 원활하게 한다. 오히려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행동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게 한다. 즉, 자신의 성격이 분명한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타인들과 어울리다 보면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기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적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애쉬의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무조건 상대방의 생각에 완벽히 맞추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타인의 반감을 산다. 독불장군처럼 고집스럽게 자기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주장을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100퍼센트 맞출 필요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표현 방법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서로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2. 몰두할 일을 찾는다.
관계의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정말 시간이 답인 경우에는 새로 몰두할 일을 찾는다. 가령 땀을 뺄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은 건강과 관계로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 운동뿐만 아니라 단순한 일을 집중해서 하다 보면 세상만사에서 오는 내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이 잠시 사라지기 마련이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취미가 필수다.
3.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사과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사람의 뇌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신기하게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과가 떠오른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상황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장면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므로 일부러 떨쳐버리려는 노력보다는 스트레스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이 나면 나는 대로 내버려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담담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4. 글로 상황을 정리해본다.
이런저런 모든 방법들이 효과가 없을 때는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해 볼 수 없었는지 글로 풀어본다. 나는 심리적으로 충격적인 일이 있을 때는 수기로 글을 기록하며 감정을 가다듬는다. 기록을 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나도 모르게 그 고민이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 좋은 것이 해당 방법은 다음에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딤돌이 된다. 나중에 다시 꺼내 읽어보면 별 일 아닌 걸로 고민을 한 것 같아 낯이 부끄러워지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좋은 방법이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위에서 다룬 내용들을 상황에 맞게 실천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