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학힐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봄여기 May 13. 2018

문학힐러의 정의

문학힐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문학힐러란 문학(Literary)과 힐러(Healer)가 합쳐진 단어로 문학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심리를 이해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문학힐러는 함께 나누고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말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이는 문학치료사나 독서심리치료사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의미를 뜻합니다. 누군가를 치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거나 '치료'를 목적으로 강연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진행했던 글쓰기 수업이나 독서세미나는 문학치유를 근간으로 하는 커리큘럼이었지만 문학치료사라던가 독서심리치료사로 저를 소개하는 것은 꺼려해왔습니다. 우선 "치료"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너무 무거웠고, 그로 인해 제 역할이 "상담사"의 영역으로 한정될까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제가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 치유, 심리 상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문학을 통해 저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처럼 어쩌지 못하는 심리적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가 공부하고 깨달았던 것을 함께 나누고 읽으면서 삶의 정신적 연대를 쌓아나가기 위함이 목적이었고 이는  '큐어'가 아닌 '힐러'의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Healer의 사전적 정의는 '의학적 방법이 아닌 자연의 힘에 의한 치유자' 혹은 '치유의 힘'을 의미합니다. 의사나 간호사같은 치료사의 역할이 아닌 '스스로의 치유를 돕는 자' 정도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힐러'인 셈입니다. 문학힐러는 문학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타인을 문학으로 돕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문학이냐고요? 레진 드탕벨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에서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독서 치료와 대중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기반으로 하는 독서치료(비블리오 코치)의 차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책에서 찾고 싶어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페이지 위에 쓰여 있는 신호들에 녹아 들어가고, 해석이 아닌 텍스트 속으로 흠뻑 젖어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는 의미를 묻는 일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모든 즐거움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즐거움이란 일종의 현기증 같은 것이다.(p.21)

그런 이유로 쉽게 읽히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확한 답이 내려지는 자기계발서나 대중심리학은 인간의 비확실성의 감정, 은폐된 내면, 삶의 정확한 지도나 답이 없다는 측면을 돕지 못한다고 그녀는 주장합니다. 비블리오 코치는 영미식 독서치료의 가장 흔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긍정적인 가치척도를 아주 빠르게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심리나 인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독서 치료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문학'을 다루지 않는 이유는 문학 작품이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과 의견 등의 예측불가능한 효과를 가져오고 이것이 과학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정확히 이런 이유 때문에 문학을 이용한 독서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의 삶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 존재는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의식하는 한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이다. 또 자기라는 존재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게 되면 자기 스스로 창조 행위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위대한 작품들을 읽으면 매우 활력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p.41)


바로 이같은 인간의 존재가, 우리를 문학으로 이끌고 문학을 읽게 만들며 문학으로 세상을 간접경험하게 만듭니다. 문학힐러가 대중심리나 자기계발서 등의 책이 아닌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문학은 고독, 소외감, 고립감, 단절감 등의 다양한 내적 경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로 인해 두렵고 불안할 때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다시 불어넣어주고 욕망과 감각을 되살아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에게서 고통이 사라질때까지 문학은 아주 다수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와 우리를 끝까지 다시 연결해준다.(p.41)


문학힐러는 나와 당신의 지금 여기에서의 고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정신적으로 지지하고, 돕고, 위로하고, 나누며 적당한 온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우면서 동시에 일으킴 받는 자입니다. 아직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책방여기>는 문학치유 전문 서적과 글쓰기 수업, 정신적 연대를 위한 다양한 주제의 소모임이 이뤄질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구요, <책봄공작소>는문학치유강의와 독서모임이 열리고 진행되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곳 문학힐러에서는 문학힐러의 의미를 알리고 문학힐러의 활동이 공개됩니다. 본인의 심리상태에 맞는 책 추천 및 마움나눔 등의 상담도 진행될 예정이오니 많이 자주 이곳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