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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봄여기 May 31. 2018

여기의 지금과 어제, 미래의 시간을 지나는 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시 일상 힐러


끝난 것이 아니라 지나간다는 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지나가 버렸다는 시인의 말이 오늘 참 위로가 됩니다. 오늘은 자신의 존재적 위치를 남을 내리누르고 하대하는 것으로 드러내는 사람을 고객으로 만나 마음이 조금 쓸리는 날이었습니다. 모욕감이 들기는 했지만 정확히는 슬픔에 가까운 분노였습니다.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서글픔이 아니라 같은 노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서로가 서 있는 위치가 조금 다르다하여 인간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시선이 안타까웠습니다. 갑질사태로 매일저녁 뉴스화되어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게하는 저 한진 총수 일가와 다를바가 없는 모습같아서요. 나도 언제든 누군가에게 말로 그 사람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채를 휘어잡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합니다. 재벌총수일가처럼 돈이 많고 직접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갑질’ 행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녁뉴스를 보는 내내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자신의 행동에 반성과 인정이 없는 저 재벌총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 너머의 것, 그 고객에게 느꼈던 똑같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언젠가는 분명 이런 부끄러움도 오늘의 쓸쓸함도, 밤하늘을 딛고 낭창낭창하게 피어있는 장미들 사이로 지나 가겠죠. 오월이 지고 다시 새로운 오월이 오듯이. “억장이 무너져 쌓인 적막” 과 “꽃들의 그림자와 떠나지 못한 햇빛들” 사이를 가로 지르며 지나가다보면 “현재와 과거와 미래 사이를 서성이는 응어리”를 시인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이 밤의 꽃들은 못견디게 외롭고 씁쓸한 정서에도 참말로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여기의 지금과 어제,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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