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동생

- 동생을 위해 아빠의 결혼을 권하는 이상한 딸

by 글쓰는장의사

"언제 결혼할 거야?"

내 딸이 가끔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그때마다 처음 듣는듯한 말투로 어김없이 "왜?"라고 물어보는 여자 친구에게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아빠랑 결혼하면 동생 생기잖아!"

그렇다. 우리 딸은 동생이 갖고 싶어서 아빠의 결혼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중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아이의 귀여운 생각에 웃어넘긴다. 그러면서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우리 딸은 동생이 생기면 나이가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 최소 10살 이상은 차이가 나겠지? 그럼 이 동생을 정말 잘 챙겨주고 사랑해줄까?


나도 동생이 있다. 5살 차이 나는 남동생. 동생이 태어나던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렴풋이 아기였던 동생의 모습도 기억을 한다. 당시에 나의 기분은 좋았다. 동생이 생긴 것에 기뻤고, 형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던 동생이 귀엽기도 했었다. 분명히 그런 날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그 풋풋했던 감정은 사라져 갔다. 때로는 귀찮은 존재이기도 했고, 때로는 미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졌을 때는 그 대상이 비록 동생이지만 부러웠다.


성인이 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금은 나쁜 감정은 없다. 솔직히 그렇다고 좋은 감정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형제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을 찾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그렇다. 우리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한 달에 한번 통화를 할까 말까 한다. 그리고 언제나 '용건만 간단히'이다.


우리 딸도 지금은 동생을 간절히 원하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질투심도 생길 것이고, 귀찮음이 찾아오기도 하겠지? 그래도 아마 아빠인 나보다는 동생에게 잘해 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든다.




형제가 있다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 성인이 되어서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벌이를 했던 부모님을 대신해서 동생을 돌보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나도 동생에게 의지를 했던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 아주 어린 동생이었지만, 슈퍼를 가는 길도, 내가 내 친구와 놀고 싶어서 놀이터로 나가던 길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함께 데리고 다녔다. 동생이 고등학생일 때였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형 덕분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이든 운동이든 중간 이상은 한다."

"왜?"

"친구들보다 무엇이든지 빨리 시작을 했으니까"

"그래 항상 형한테 고맙게 생각해라"


속으로 웃었다. 4살, 5살짜리 꼬마에게 축구, 야구를 가르친 것도, 초등학교 1학년에게 컴퓨터 게임을 가르친 것도 나였다. 그리고 그걸 가르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내가 하고 싶은데, 어린 동생을 집에 혼자 두고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우리 딸에게 동생이 생기면, 그 아이는 아빠와 엄마보다 언니 혹은 누나와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든 부모의 바람이 나와 같겠지만, 아마 그 이유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피가 반 만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두 아이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겠다는 불안함이다. 아마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은 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는 방법뿐이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우리 인생은 모든 일이 처음 겪는 일이지 않을까? 이런 조금은 편안한 생각으로 접근을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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