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인내심

- 아빠보다 인내심이 강한 듯하다.

by 글쓰는장의사

지난 디즈니랜드 여행에서 아이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었다.

"1만엔. 이번 여행에서 너가 쓸수 있는 돈이야."

"뭐든지 다 사도 돼요?"

"그럼 이돈은 너가 마음대로 쓸수 있는 돈이야. 대신 이번 여행에서는 아빠가 따로 선물을 사주지는 않을꺼야. 이돈으로 니가 원하는걸 사는 거야 알겠지?"

"네!!"



내 딸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매번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속으로 다짐을 한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듯이, 내 아이의 인생의 키는 내가 아니라 아이가 쥐고 있어야 한다."


누가봐도 잘못된 선택 혹은 어려운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부모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혹은 좀더 쉬운방향으로 가도록 설명 혹은 설득을 할 수는 있지만 대신 선택을 해줄수는 없다. 결국 선택은 아이가 하는 것이고, 그 책임또한 아이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그저 나는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는 역활만 할뿐이다.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아이에게 무관심하다고 보여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아이를 강하고 자립심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을 뿐이다.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애지중지 귀한 딸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안들겠는가? 그저 참고 두 눈을 질끈 감을 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서서히 본인의 선택과 그 책임에 대해 몸소 느끼도록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여행에서도 그랬다. 일정금액을 정해서 그만큼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사용하도록 했다. 생각보다 영리하게 사용했다. 첫날 방문한 장난감 가게에서 참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날 더 크고 종류가 많은 곳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이는 내일을 위해 오늘 참고 있었다.

다음날 "아빠! 어제 참고 안사길 정말 잘한거 같아!"라고 말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에 나는 어찌나 대견하게 느겨졌는지 모른다. 물런 아쉬운 점은 여행 출발전 할머니 선물을 꼭 사오겠다고 다짐했는데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혼내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해주었다. 그때 내가 했던 행동은 아이가 장난감을 사지 못하게 말리지도 않았고, 참아야 한다고 주입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상황설명만 해주었다.

"내일 더 큰 곳에 갈 예정이야. 여기서 사면 내일 더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사지 못할수도 있어."




다행이다.

내 딸은 나보다 참을성이 많다. 나는 아마 이 나이에 저런 상황이었으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무엇인가 샀을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후회를 했겠지? 그런데 우리딸은 그러지 않았다. 아주 잘 참았고 다음날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를 갈때보다 아이가 해야할 숙제가 많아 졌다. 학원숙제, 학습지, 학교 숙제를 하다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아이는 저녁에 같이 티비를 보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놀고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매일 같이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학원을 가기 전 오전에 모든 숙제들을 다 해두고, 학원을 다녀와서 바로 학원숙제를 해두면, 저녁에는 실컷 놀수 있어. 아니면 낮에 놀고, 저녁에 모든 숙제를 다해야해."

아이의 선택은 낮시간에 대부분의 숙제를 하는것 이었다. 친구들의 달콤한 유혹도, 티비에서 보내는 악마의 속삭임도 물리치고 열심히 숙제를 해둔 모습을 보여준다.


선택과 책임. 그리고 인내의 달콤함을 이제는 많이 배우지 않았을까? 내일은 좀더 노골적으로 이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줄 생각이다. 물론 이해를 하거나 하지 못하거나 혹은 이해하지 않거나의 선택도 아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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