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 아이가 아빠인 나를 추억할 물건

by 글쓰는장의사

사노 요코라는 일본인 작가 쓴 "그래도 괜찮아"라는 책, 첫 번째 글의 제목이 립스틱이다. 내용은 어머니와 립스틱의 이야기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를 떠올리면 함께 따라오는 기억들이 있지만, 무엇인가 사물을 보았을 때 아빠가 떠오르는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무엇인가 만들어 주고 싶다.


사실 이런 것은 내가 만들어 준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만들어 주고 싶으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아이의 시선에 노출시켜주어야 한다.

"무엇이 좋을까?"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거면 더 좋겠고.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하고, 등등 욕심이 많아진다.


몇 가지 내가 항상 휴대하는 물건들 중에서 선택한 것은 책이다. 다시 말해 내가 정한다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가 책을 보면 아빠를 떠올렸으면 한다. 나는 가끔 아이를 반 강제로 카페로 끌고 가서는 책을 본다. 아무런 대화 없이 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지루해하고 10분을 못 넘기던 아이도 이제는 제법 오랜 시간 집중해서 책을 보기도 한다.



책을 항상 사서 보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지는 않는다. 꼭 구입을 해서 책을 읽고 책장에 전시를 한다. 그리고 아주 깨끗하게 읽는 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깔끔하다. 처음에는 책장에 책이 늘어나는 모습에 뿌듯했다. 그리고 나의 목표는 집 한쪽 벽에 책장과 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되었다. 이제는 그 이유도 생겼다.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


"아빠는 책을 좋아했지...."

나를 한 번 더 추억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읽었던 책들을 가끔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혹은 '그때 나에게 했던 말이 이 책을 보고 느낀 거구나'라는 흥미로운 생각들을 했으면 좋겠다.


그저 아빠의 욕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는 보물 같은 책이지만, 아이에게는 그저 짐이 될지도 모른다. 그 선택은 아이가 하는 것이지만, 내 딸이 책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다.


"공부 못해도 괜찮아! 그 대신 아빠는 네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딸아이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내입에 단내가 나도록 했던 말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 말을 입에 달고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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