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

by 글쓰는장의사

첫 글을 어떤 내용으로 쓸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내가 일을 하면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에 대한 답이 좋지 않을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대부분 사람들이 궁금해할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첫 글은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일을 하다 보면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럼 꼭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답은 항상 똑같다.


"먹고살려고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과정들을 설명해 준다.

사실 불필요한 대화이다.

가족들이 나의 과거를 들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문객이 없는 낮시간에 가족분들도 하실 일이 없으니 대부분 잘 들어주신다.


내가 장의사를 하게 된 것은 "강제로"이다.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았다. 어렵게 취업을 하면 그 회사는 꼭 6개월 안에 문을 닫았다.

친척분이 이 업계에 계셨다. 그래서 권유를 하셨지만 나는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당시 나 또한 장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렇게 약 3년을 도망 아닌 도망을 다녔다.


그러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곳에 취업을 하기 쉽지도 않았다.

4년제 대학, ROTC 내가 이력서에 경력으로 쓸 것은 이것뿐이었다.

결국 유일한 경력을 버리고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처음 마음은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만 있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년 정도 되었을 무렵.

생각이 바뀌었다.


"아 이 직업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


그렇게 풀리지 않던 인생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보였고,

일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있었다. 이 일을 잘할 자신.


마음을 고쳐 먹고 일을 대하니 주변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위치도 많이 올라갔다.


지금은 장례식장에 근무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의사를 하고 있다.

상조 일을 하기도, 개인적 지인분들 혹은 소개받은 분들의 장례를 맡아서 진행하기도 한다.


장례식장에서의 일보다 더 재미있고, 더 보람된다.

무엇보다 한 가족만 집중해서 케어하다 보니, 대화할 시간도 많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3일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다.

이 3일이 지나면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한다.

왜?

가족들과 나의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모르고 지내다가 장례라는 큰 일을 치르면서,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나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 인연은 아니지 않을까?


다시는 만나지 않을 인연이라 하더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인연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