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고인을 대하는 마음

by 글쓰는장의사

우리 집은 단 한 번도 넉넉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한 정도도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간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다.


당시 엄마는 그 힘든 와중에도 봉사활동을 했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봉사활동이었다.

철없는 마음에 물었다.

"우리도 힘들고, 일하느라 몸도 지치고 시간도 없는데 왜 봉사활동을 하는 거야?"


엄마의 대답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덕을 쌓으면 그게 다 너희들한테 돌아가지 않을까 해서"


짧지만 강열했던 한 마디씩의 대화.

그 대화를 나는 잊지 못한다.


내가 고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엄마한테 배웠다.

남들보다 탁월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다.

그래도 항상 진심을 다한다.


당시 엄마의 마음이 지금 나의 마음과 같다.

"가시는 길 내가 최선을 다해드리면, 그 복은 나에게 오지 않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가겠지"

알아봐 주시는 가족들도 있다.

하지만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나 자신과 우리 애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아직 배우는 단계인 후배들을 보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유족은 미워해도, 고인은 미워하면 안 된다."

장의사도 사람이다.

대부분은 우리에게 친절히 대해 주시고, 감사해 주시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이유 없는 트집 그리고 가끔 술에 취해 욕설을 하는 분도 아주 가끔이지만 있다.

이런 경우 나 역시 사람이기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고인을 대할 때는 그 감정이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앞에서 아무 말 못 하고, 아무 말하지 못하는 고인께 화풀이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입관을 진행할 때 꼭 가족분들께 드리는 말이 있다.


"저는 고인께서 어떤 삶을 사셨는지 모릅니다. 다만, 마지막 가시는 길만큼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시라는 의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를 다했습니다."


이 말만큼은 진심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예우를 해 드려서 그 감사함이 나에게 혹은 내 가족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미신이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맞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니다.


나는 오늘도 종교를 떠나 좋은 곳으로 가시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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