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싱글파파입니다.

-10살인 너는 35살인 나보다 가끔은 더 철든 것 같다

by 글쓰는장의사

"아빠"

이 단어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를 때의 포근함과 들을 때의 책임감 그리고 때론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단어이다. 나는 좋은 아빠는 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사실 앞으로도 좋은 아빠가 될 거라는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그저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할 수 있다. 우리 딸은 두 돌이 조금 지나서 엄마가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랐다. 가끔은 남자애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좀 여자여자하게 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밝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아이에게서 뺏어가기만 했다. 엄마를 뺏어갔고 한때 아빠를 뺏어갔다. 이런 못난 아빠를 아직도 좋아해 주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모습에 많이 미안하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이해하실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나는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말조차 과분하다. 아이는 할머니 손에 자라게 했고, 아빠인 나는 내 인생을 살고자 아이 곁을 떠나 있던 날이 많았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은 척하지 못했고, 같이 살고 싶어도 살고 싶다 말하지 못했다. 내 환경이 내가 선택했던 사람이 그걸 용납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왔고 아이는 마치 부모가 자식을 언제나 환영하듯 이 못난 아빠를 받아주었다. 그것도 아주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아빠랑 같이 사는 거야? 우와~ 신난다"


엄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아이.

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안 나는 척하는 건지 모른다고 하는 아이.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생각하는 마음 아픈 아이.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할머니 아플 때 병원비 줄 거라는 아이.

아빠한테 좋은 집을 사줄 거라는 아이.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만, 말만으로도 이미 궁전을 선물 받은듯한 느낌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게 마음에 걸려서 '엄마는 너를 버리고 간 게 아니야'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끝까지 버리고 갔다고 말하던 우리 딸은 이제는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못난 아빠를 만나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우리 딸은 마음만큼 외모도 점점 이뻐져가고 있다. 고집불통, 공부를 싫어하는 점만 고쳐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내가 해준 것에 비해 과한 욕심은 아닐까 싶어서 속으로만 바랄 뿐이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아마 더 마음이 쓰일 것이다. 혼자서 아무리 힘을 쓰고 노력을 해도 두 사람에게 받는 사랑보다는 언제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