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summer, 그 오랜 갈망
핀란드의 주요 도시가 남부해안을 따라 발달한 것은 남쪽으로 유럽을 바라보고 있는 지리적 특성때문이기도 하지만 북으로 갈수록 겨울이 길고 일조시간이 짧은 기후탓이기도 하다.
핀란드 남쪽에서 조차 한 겨울에는 오후 세시무렵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고 아이들을 등교시켜주고 돌아오는 아침시간은 물론 오전이 다 지날때까지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잠자는 시간 외, 활동하는 시간의 상당부분이 어둠속이다. 이런 겨울이 몇달 간 지속된다.
이런 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에게 햇살은 어떤 의미일까? 사막을 떠돌다 발견한 오아시스에 비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여름을 알리는 5월말에서 6월초부터 핀란드에서는 마을마다 도시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여름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 중 여름축제의 절정은 하지제와 그 전야제가 아닐까? 이곳에서는 일년 중 낮시간이 가장 길다는 하지를 기점으로 Midsummer eve와 Midsummer라 부르며 정식 휴일로 삼고 있다. 식당과 마트도 문을 닫으며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고 일년 중 가장 긴 햇살을 가족과 친구와 함께 만끽한다.
핀란드에는 하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와 풍습이 전해내려오고 있는데 숲이 많은 곳이다 보니 숲을 오가며 노닐다가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숲속을 거닐며 나뭇가지를 모아 호숫가나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 악귀를 쫓고 한 해의 풍요와 좋은 날씨를 기원하는 풍습이 전해내려온다.그래서인지 지금도 바닷가 유명 식당이나 명소에서 모닥불 피우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일전에 소개한 쎄우라싸리 야외박물관도 그중 하나인데 모닥불 행사를 즐기는 특별 티켓도 판매한다.
까모메식당 덕분에 유명해진 카페 우슐라를 비롯한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식당이나 카페들도 모닥불 행사를 펼치며 손님들을 유혹한다.
숲속에서 나뭇가지만 모으는 것은 아니다. 꽃가지를 모아 베게아래 놓아두고 하짓날 잠이 들면 꿈속에서 미래의 배우자를 보여준다고 전해지고 있어서 핀란드의 많은 소녀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꽃가지를 모아 잠을 청했는지도 모른다.
모닥불곁을 떠나지 않고 밤을 지세우며 놀까봐 혈기왕성한 청춘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시작된 이야기가 아닐까 가만히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