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국립 도서관
누군가는 트롤롱가사진을 보고 노르웨이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렸다고 했다. 나는 우연히 본 사진 한 장때문에 프라하 여행하기도 아니고 프라하 국립 도서관 프레스코화 보기를 버킷리스트에 올렸었다.
바로 이 사진 한 장이 나를 도서관으로 이끌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수식어구없이도 충분히 황홀한 광경이다.
느지막히 일어나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하고 도서관에 갈 채비를 한다. 오늘은 어디가는거냐 묻더니 도서관에 간다는 것을 알고 딸들은 체코말로 된 책밖에 없을 거라며 책을 한 권씩 챙긴다.
으응? 그런 도서관이 아닌데....
도서관 입구에 체코의 전통 빵, 뜨르들로(Trdlo)를 파는 가게가 북적북적하다. 까를교에서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이 가게는 자리를 잘 잡은 탓에 건너편 가게와 달리 손님을 맞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익숙한 체형과 헤어스타일의 두 여성분 건너로 종업원이 아이스크림이냐 아이스냐 자꾸 묻는다. 나보다는 대여섯살 많아 보이시는 중년여성 두분이서 아이스커피와 뜨르들로를 주문하고 싶은데 의사소통이 안되어 애를 먹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기혼 여성 두 분이 여행을 오다니! 흔한 일은 아니다. 아마 큰 용기를 냈거나 특별히 주어진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 여행에서 곤란에 빠질 수는 없지~
어느 타이밍에 도와드릴까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아이스크림과 커피와 빵을 양손에 받아들며 당황하신다. 이틈에 재빨리 곁으로 가 묻는다.
" 아이스크림도 사시려는 건가요?"
" 아니요, 아이스크림 아닌데..."
급하게 종업원에게 상황 설명을 한다.
"죄송하지만 이분들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얼음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싶었던 거에요."
이왕 용기에 아이스크림을 담았으니 그냥 가져가서 맛을 보란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여성 두 분을 향해 same price를 강조하면서...
미리 말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큰 언니 또는 막내이모 같은 두 분께 다시 설명을 한다. 덕분에 아이스크림까지 맛보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며 고맙다 인사하신다. 영어잘하신다고 좋겠다고도 하신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라니 눈치만 늘어서 그런거지만 그 눈치밥영어덕에 타지에서 우연히 만난 두 분이 기분좋게 프라하의 하루를 열어가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쓸만하다 싶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곁에 오래 있으면 신세졌다는 생각에 불편하실 것도 같고 우리는 주문한 뜨르들로를 거의 먹었기에 자리를 정돈하고 여행잘하시라 인사를 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매 정시에 가이드투어가 시작되고 일반 입장은 불가능하다. 몇몇 단체관광객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린다. 딸들은 정각이 될때까지 입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도서관 열람실은 아니지만 어떠랴...
한 무리의 관광객이 가이드언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영어 원어민이 아니어서인지 또박또박 천천히 이야기하니 알아듣기가 아주 쉽다. 참 다행이다.
이곳저곳 가이드언니를 따라 설명을 듣고 이동하다가 드디어 메인 도서관에 도착한다. 아쉽게도 이곳만은 사진촬영이 금지되니 더욱 열심히 도서관을 눈으로 훑는다.
나, 이거 진짜 보고 싶었어!!!!
도서관 투어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은 타워 전망대에 오르는 일! 프라하성과 올드타운의 틴성당 사이에 위치한 타워에서는 360도 빙 둘러 프라하의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한 사람이 살짝 비켜서야 다른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만큼 아슬아슬 조금 무섭기까지 한 타워를 빙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다.
역시 사진을 만날 찍어도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못하다. 열심히 보자!
타워 내부에서 창을 통해도 찍어 보았다. 왠지 액자에 넣은 듯 예뻐보일까 싶어서...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