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밤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후략
들마저 빼앗긴 우리가 그렇게도 간절히 바라던 그 봄이 프라하에 찾아왔다. 제2차대전 이후 소비에트연방의 삼엄한 영향력아래 침체되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 시기, 프라하의 봄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는 보았을 거대한 물결이었다. 고르바초프는 프라하의 봄과 그의 개혁에 있어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19년의 세월"이라 스스로 답했을 만큼 프라하의 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소비에트 연방과 바르샤바 동맹군의 침공으로 프라하의 봄은 끝이 나고, 민주화를 이끌었던 둡체크는 조국을 떠나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이후 벨벳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둡체크는 연방의회의 의장에 선출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해체에 반대했던 그의 유지와 달리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는 1992년 주민투표를 통해 벨벳이혼의 수순을 밟는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라고 불렀던 나라들이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와 함께 분리독립을 하며 현대사의 굵직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프라하의 봄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생한 현대사라 하겠다.
프라하의 봄만큼 유명한 것이 프라하의 밤이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프라하, 프라하의 밤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본다.
일단 프라하의 밤길을 걸어 보아야 겠지...
Old town을 중심으로 골목골목을 누비며 프라하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수백년 전 이곳을 거닐었던 슬라브인들의 발자국을 좇게 된다. 재치있는 가이드들은 좀비나 유령복장을 하고 고스트 나이트 투어 또는 미스터리 나이트 투어를 준비하여 밤거리를 안내한다.
프라하 성, 비투스 성당 종탑, 올드타워 브릿지 타워 등 조망이 좋은 곳에 올라 해지는 프라하를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까를교에서 바라보아도, 까를교 방향으로 바라보아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전망 좋기로 유명한 카페나 식당을 찾아 해지는 프라하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테이블에 앉아 프라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들로는 Terasa U Zlate Studne, Restaurant Bellavista가 있다. Terasa U Zlate Studne는 프라하성과 니콜라스 성당 중간즈음에 골목따라 들어가면 위치한 식당으로 한눈에 프라하시내가 내려다 보이는데다 서비스와 음식맛이 좋은 훌륭한 식당이지만 조금은 식사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Restaurant Bellavista는 스트라호브 수도원에서 Petrin tower사잇길로 향하는 뒷문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역시나 프라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야외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해지는 프라하를 바라볼 수 있지만 같은 목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 무리의 사람들 뒷모습 너머로 프라하시내를 바라다 보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로레타 성당을 나와 언덕길을 내려가다 보면 좁은 골목에 숨어 있는 전망좋은 카페가 있다.
cafe host
프라하성을 구경하고 로레타성당쪽으로 올라간다면 오른쪽에 이런 골목이 보인다. 이 골목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작은 문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프라하시내를 내려다 보는 것도 좋지만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까를교 너머 프라하성까지 한눈에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라 빼놓을 수 없다.
스타레 므네스토를 지나 강가로 가다보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Grosseto가 있다. 볼타강을 따라 펼쳐지는 야경을 즐기며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디너크루즈나 재즈크루즈등 유람선을 타고 볼타강을 따라 오가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배가 많이 낡았고 디너크루즈의 경우 식사의 질이 떨어져 프라하의 멋진 야경에 어울리는지 의문이 든다.
프라하 국립극장 방면 볼타강에는 기다란 섬 두개가 있다. 그곳에는 페달을 돌려 탈 수 있는 작은 보트를 대여해 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작은 보트를 타고 볼타강을 따라 주변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 섬을 빙 둘러 연인들끼리 혹은 친구끼리 걸터앉아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낡고 허름한 유람선 대신 작은 페달보트를 타고 싶다는 딸들과 해지기 직전 선착장을 찾아간다. 곧 해가 질 것을 고려해 웃통을 벗은 젊은 직원들이 배에 달아줄 램프를 준비하고 있다. 배에 램프를 달고 볼타강을 따라 까를교를 향해 가본다. 올드브릿지타워가 우리 곁을 지나고 까를교 너머 프라하성과 니콜라스 성당이 다가온다.
프라하는 밤이 더 아름답다는 말, 괜한 말이 아니다. 프라하의 밤을 감상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어느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이 글에 소개된 식당과 카페들은 하나하나 자세히 다시 소개할께요.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본 몇몇 곳은 너무나 실망스러웠지만 시간들여 발품팔아 찾아낸 보석같은 장소들도 많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