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학교 공개수업 방문기
공개수업일정을 다음과 같이 안내해 드리오니 학부모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0월0일 00시~00시 ㅁㅁ 교시 @@ 과목
한국의 학교도 조금 다녀 본 아이들 덕분에 한국 학교의 공개 수업에도 참여해 본 적이 있다. 각 반의 담임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동원하여 말끔히 교실청소를 하고 이미 학기초에 예쁘게 만들어 둔 시간표와 교실 환경 미화에 덧붙여 아이들의 그림이나 만들기 작품 등으로 작은 전시를 해 놓는다. 학부모들에게 보여줄 좋은 인상을 줄 만한 수업안을 고민하고 진행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공개수업은 공개수업 행사를 위해 준비된 수업과 교실을 보여주는 모양새였다.
핀란드 학교의 공개수업은 공개수업 일정 안내부터 조금 달랐다.
0월 0일은 학교를 오픈하니 관심있는 과목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구경하셔도 됩니다.
으응? 공개수업의 교과목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야? 아무때나 시간표를 보고 궁금한 과목을 보러 오라고??? 하루동안의 교과를 준비하려면 꽤나 신경쓰이겠는걸?
핀란드학교의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는 방과후가 아닌 수업시간 중에 이루어진다. 주변 학교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회의도 자주 있는 편인데 이런 날은 선생님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 일찍 하교한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잔무가 시작되는 한국학교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고
" 수업끝나고 회의를 하면 되는데 왜 수업도 안하고 회의를 하느냐" 는 딸아이의 질문에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후로는 업무시간이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는 담임 선생님의 당당함은 적쟎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하루 종일 공개수업 준비를? 앞뒤가 맞지 않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다.
교실은 늘 그렇듯이 어수선하고 꾸며지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공개수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를 챙긴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교실뿐만 아니라 수업도 그저 늘 하던 수업을 학부모가 와서 볼 수 있다는 것뿐, 공개를 위해 수업을 좀더 특별하게 구성하지 않는다.
수학시간이다. 6학년 아이가 소수의 나눗셈을 배우고 있다. 한국의 6학년 아이들이라면 이미 함수를 배우고도 남았을 텐데 이제서 245.6/ 2 정도의 문제 하나를 칠판에 쓰고 선생님이 설명을 하더니 예제를 풀어보라며 시간을 주신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손을 든다. 이해가 안된 부분을 묻고 설명을 또 한 번 듣는다. 이해를 한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어본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딸아이는 주변 친구들의 선생님노릇을 한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실습으로 학교에 봉사를 나와 조교처럼 수업을 돕기도 하는데 딸아이의 교실에는 한국학생이 있는 관계로 조교 하나가 더 있는셈이다.
돌아가며 정답을 발표해 본다. 다른 답이 나온 아이가 손을 든다. 내 답은 이렇게 나왔는데 내가 어디서 틀린걸까요? 다른 아이가 손을 든다. 어디에서 틀렸을지 제각각 이야기를 나눈다. 틀릴 수도 있고 틀린 답안에서 새롭게 또 배워나간다. 모른다고, 틀렸다고 주눅이 들어 잘하는 아이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모르니까 와서 배운다는 자세다.
마지막까지 모르겠으면 아이들이 연습문제를 풀 동안 책을 들고 나가 또 묻는다. 이 시간에 풀지 못한 연습문제 몇 개가 숙제다.
비록 수학시간 한 교시지만 우리 나라의 교실과 참 많이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서 달리는 아이에 맞추어 나머지 아이들이 뒤에서 헉헉거리는 것이 아니라 앞선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도우며 마지막 친구까지 결승점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핀란드의 교실 풍경
각자 문제를 풀고 있는 동안 아이들이 책을 들고 나와 선생님께 질문한다.
이미 알고 있거나 이해를 한 아이는 옆자리 친구의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