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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Nov 15. 2016

#about 헬싱키, 눈덮인 헬싱키

헬싱키 시티 뮤지엄

지난 주 내내 눈이 내렸다.

헬싱키 또는 핀란드의 상징, 안그래도 하얀 매력을 뽐내는 헬싱키 대성당이 하얀 눈에 파묻혀 버렸다.


붉은 벽돌에 초록지붕, 황금빛 장식을 자랑하는 우스펜스키성당보다 하얗디 하얀 대성당이 하얀 눈과 더 어울리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교사회의가 있어서 일찍 하교하는 딸들을 태우고 헬싱키로 달렸다. 핀란드는 참 이상한 나라다. 교사의 근무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회의를 하려면 단축수업을 하고 수업시간 중에 회의를 한다. 회의를 하고도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다. 수업을 마치고 온갖 회의와 잔무에 시달리는 한국의 교사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하얀 대성당이 하얀 눈의 옷을 자연스럽게 입듯이 이방인의 낯섬은 그들의 삶에 이미 자연스레 녹아 있다.


헬싱키 대성당을 등지고 오른쪽은 지난 번 들렀던 국립 도서관이고 왼쪽 맞은 편 작은 골목안에는 헬싱키 시티 뮤지엄이 있다.(시티 아트 뮤지엄과 혼동하지 말자!)


생긴지 얼마 안되었고 큰 길가에 있지 않아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은 아니지만 월요일에도 문을 여는 드문 박물관이고 언제라도 무료입장이 가능한 고마운 박물관이다. 게다가 헬싱키 관광객이라면 빠짐없이 들르는 대성당과 마켓광장을 잇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잊지말고 들러보도록 하자.

골목길끝 저 너머로 작고 하얀 건물이 보인다. 그 왼쪽으로 헬싱키 대성당의 계단이 열지어 있다.


오늘 우리 세 모녀의 목적지, 헬싱키 시티 뮤지엄입구는 헬싱키 대성당을 향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이 주변 카페와 기념품샵의 입구들과 한데 섞여 있는 아치형의 통로, 주변 카페의 메뉴판과 흡사한 작은 입간판 하나만이 박물관으로 향하는 첫발임을 살짝 속삭이듯 알려준다.


박물관 입구 쉬어가는 공간, 두터운 옷가지와 소지품을 보관하는 무료사물함까지도 한껏 멋을 부렸다.건물에들어서는 순간 묘한 시기심이 샘솟는다. 이곳은 괜히 디자인의 나라가 아니구나...볼품없는 벤치가 성의없이 박혀있던 그곳에 걸터앉아 함께 못난이가 되었던 기억, 20년전 대학건물 1층 철제사물함과 다를 바 없는 투박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던 우리 나라 어느 박물관의 사물함의 기억이 속사포처럼 쉬지도 않고 떠오르는 것을 억지로 외면했다. 박물관의 나라,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풍당당한 건물, 다양하고 어마어마한 수의 전시품에 기가 죽으면서도 멋스럽다 느낀 적은 많지 않다. 골목길에 숨어 있는 작은 박물관조차 이렇게 멋져버리면 어쩌자는거야...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달란트가 있듯이 국가도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는 법이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촛불잔치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지만 내 나라의 벅찬 장점들까지 외면하고 싶지는 않아. 언젠가는 온 우주가 도울꺼야...


헬싱키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이곳 시티박물관은 엄청난 전시품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세련된 구성으로 멋스러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특히 1층에 마련된 3D 체험관에서는헬싱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 공중에 떠서 좌우를 심지어 발밑을 내려다 보는 듯하여 그아찔함에 바로 서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이다. 시카고 스카이덱의 아찔함보다 더하면 더했지 부족함 없는 스릴까지 맛볼 수 있어 체험관을 떠나기가 싫을 정도였다.

겁이 많은 큰 아이는 바로 서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시카고 스카이덱에서도 홍콩 씨월드의 케이블카에서도 눈물을 보였던 겁쟁이 딸
한국에 다녀온 이후 몇달간 미장원에 가지 못했더니 그사이 머리칼이 많이 자랐어요. 지저분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는...미장원 가고 싶다!
오래도록 앉아서 쉬고 싶은 벤치


박물관이 아닌 현대미술관이라 해도 손색없을 세련된 구성에 감탄을 한다. 관람 중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공간마저도 헬싱키의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흔한 방명록조차 예술이 되는 곳, 핀란드의 헬싱키에 오늘은 늘 남기던 독도메세지와 태극기외에 간절한 염원 하나를 더 남겼다.



Helsinki city museum


address : Aleksanterinkatu 16, 00170 Helsi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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