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Feb 23. 2018

여전히 ing입니다만

유난히 짧은 설연휴라고 했다. 동계올림픽까지 겹친   그 기간에 나는 강원도 어디메 시가에 다녀왔다. 기름냄새에 속부대껴 가며 하루 세끼 떡국과 식고 말라버린 산적과 전을 먹으면서도 나의 새로운 2월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늘도 눈이네, 하긴 3월에도 매일 눈이 오는걸

아이고, 이 계절이 앞으로도 두 세달은 더 계속될텐데 핀란드의 겨울은 추워서 보다 길어서 괴롭구나


2월이지만 봄은 요원한 핀란드의 날들은 매일 똑같은 어느 겨울의 하루였건만 지금 나의 2월은 무언가 억울한 마음이 드는 명절을 보냈고 9월도 아닌 3월 신학기때문에 뒤숭숭하다. 학제가 다른 국가를 넘나드느라 5학년만 3년을 한 딸은 두어달 만에 한 학년 위 선배가 되고 또다시 새로운 아이들과 classmates가 되어 지내야 한다.


책가방이 자기 몸보다 커 보일 정도로 작고 어린 아이들이 토플을 준비하고 정석을 공부하는 괴물같은 동네에서 딸들도 나도 여전히 ing


홈그라운드라 하여 노력을 덜하였던가?

미국도 핀란드도 서너달이 지나면 차츰 편안해 지고 익숙해지곤 했는데 친구도 가족도 있는 이곳에서 여전히 힘들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심지어 삼십년 이상은 이곳에서 살았는데...


자기 몸도 못가누던 갓난아기 시절까지 포함해도 인생의 절반넘는 시간을 외국에서 보낸 딸아이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으리라


인정많고 손 큰, 큰 아이 친구엄마가 옷을 한 보따리 들고 왔다. 훌쩍 커버린 언니 옷은 둘째에게 너무 크지만 큰 애보다 작은 체구의 친구옷은 둘째에게 딱이다. 그렇게 이사오고 부터 둘째는 예쁘고 좋은 옷을 얻어 입게 되었다.


너, 이쁜 옷이 많다????


처음 보는 예쁜 옷들을 입고 나서는 동생에게 큰 애가 한 마디 던지자 작은 녀석 밝게 웃으며 말한다


00언니엄마가 십바지들을 주셨거든


뭐라고??? 십바지들은 뭐래?

깜짝 놀라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두 녀석이다. 그제야 십바지들은 ten pants의 한국식 표현임을 깨닫는다.


한국말을 곧잘 하지만 세세한 표현이나 뉘앙스는 영어가 편하다 보니 영어식으로 표현되는 한국말들이 가끔 당황스럽다. 말뿐이겠는가, 교실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이곳에서 아이는 한국식 학생의 가면을 애써 찾아가고 있다.


수업 중에는 궁금해도 참기,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선생님에게는 무조건 수긍하기 등 굳이 이런 모습을 위해 애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아이는 오늘도 ing 다


장을 보고 오는 길에 꽃 한 다발씩 사다가 병에 넣어두곤 했는데 한국의 마트엔 꽃이 없어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콜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