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리고 지금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도 예쁘고
초록잎도 예쁘고
햇살마저 예뻐서
저절로 신나버린 그런 날이었습니다.
큰 애와 전시를 보기 위해 큰 맘 먹고 여의도엘 왔답니다. 오래전 어떤 이 덕분에 9호선 급행을 타면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15분만에 도착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의도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타면 강남까지 15분밖에 안걸려… 정말 그랬습니다. 어김없이 15분만에 같은 곳에 나타났으니까요.
여의도공원의 사계절이 얼마나 예쁜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아침 창가에 드는 햇살이 그렇게 따뜻하고평온한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 올림픽대로를 따라 차로 달리면 집 주차장까지 34분이 걸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와 들어가는 그 길 또한 사시사철 예쁘다는 것도 알았어요.
더현대에서 IFC몰, 지하철역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해, 두 해 해가 바뀌며 많은 것을 함께 하고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을 떠나는 날, 그렇게도 서운하더라구요.
아휴, 여의도 너무 멀어
여의도에 가는 것이 엄청나게 큰 일인 것 마냥 걸음하지 않던 사람이 매일이라도 달려갈 수 있는 곳으로 되어가는 동안 나는 행복했을까 돌아보면 마냥 행복하기 보다는 아팠고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 어떤 물건, 어떤 색체, 어떤 향기
그 어떤 것은 누군가를, 그리고 그와 함께 한 기억을 아우릅니다. 여의도, 여의도 곳곳의 풍경과 장소는 누군가를, 누군가와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저 빨간 테두리를 보면서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럴까봐 여의도와 함께 떠오르는 누군가없이 여의도에 걸음하는 것은 대단히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오랑쥬리와 오르세, 우스터미술관의 추억은 더 강렬했기에 전시를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나이들어 은퇴하고 시간이 엄청 많쟎아? 그럼 아침에 눈뜨자마자 매일매일 이곳에 와서 책을 읽을거야! 은퇴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그래. 같이 책보고 커피마시고 산책하고 그러자.
처음으로 카페꼼마에 따라가 이곳저곳 둘러보고는 달뜬 표정으로 떠들었던 말입니다.
엄마가 꼭 가보고 싶은 북카페가 있는데 들렀다 갈래?
딸에게 카페 링크를 보냅니다.
얼마만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주 오고 싶었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들었는데 그 날 이후로 한 번을 오지 못하다 딸 아이와 함께 들러 시간을 보냅니다.
분명, 더현대와 IFC몰, 지하철역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뱅뱅 돌며 한참을 헤메다가 속으로 생각합니다. 백번도 넘게 다닌 길인데 졸졸졸 따라만 다녔구나. 왜 그랬을까… 그때도 앞으로도 손 꼭잡고 이끌어 줄거라 믿었나 봅니다.
기억은, 추억은 또다른 기억과 추억으로 덧입혀 흩어지기도 아름다워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과거는 지금부터와 함께 존재합니다.
한참을 헤메고 되돌아오고
애는 좀 썼지만 집으로 잘 돌아왔습니다.
결국 여의도에서 집에 돌아왔듯이….
잘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