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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1th

사람과 시절이 추억을 만든다

by Someone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들 한다. 주변을 보먼대체로 그러하다.

반면,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도 한다. 가까운 곳에서 자주 보고 쌓아올린 경험들이 유대감과 친근함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15,6년 전? 한동네 같은 아파트에 모여 살던 이들이 있다. 그때 우리의 아이들은 꼬꼬마였다. 어느 한 집에 몰려가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엄마들은 엄마들만의 친분을 쌓아갔다. 늘 아빠가 늦게 귀가하는 집, 휴일에도 일하는 집이 우리 집을 포함하여 한 집 더 있었고 두 집은 104동에서 101동을 오가며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휴일나들이도 함께 했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들을 반쯤 가족처럼 여기고 있으며그집 아이들도 우리를 그렇게 여기고 있다.꼬꼬마들이 군대갈 걱정을 하게 된 지금까지, 먼 친척보다 가까이 지내고 있다. 이러다 누기 곧 청첩장 돌리겠다며 어느새 다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언제 이렇게 컸는지 우리조차 신기해서 농을 하기도 한다.


언니, 오늘 병원들렀더니

이쁜 우리 언니 다녀가셨면서요~


유독 친했던 몇 집 중 한 집의 아빠는 시내 사거리의 큰 치과를 운영하신다. 덕분에 우리는 치과갈 일이 있으면그곳으로 향한다. 오래 본 사이라 원장님또한 애들 이야기로 스몰토크를 즐기신다.


아휴, 00 은 이제 곧 졸업한다 하겠어요.

그러게요, 그나저나 00이는 그 어려운 의대합격하고도이러구 있어 어째요.


일전에 최인아글방에 같이 갔던 그 동생이다.군대라도 먼저 다녀와야 하나 어쩌나 반백수처지의 의대생 아들이 걱정인 그녀다.


응, 스켈링도 하고 정기 검진


시작은 치과지만 아이들 걱정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사무실 옮기고 나니 격조했구려~~


삼성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 맞은편 건물에 위치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대학동기의 인사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한 블럭 옆 동기 하나가 한남동에 위치한 모회사의 대표로 이직을 했다. 이대표 덕분에 한남동 고급 맛집 가보는거냐고 농을 하고, 가죽 전문 영국브랜드회사에서 일하던 그가 여성복 회사로 옮긴 터라 가디건 한 장이라도 달라고 인사한 것을 마지막으로 벙개마냥 점심먹고 차마시던 모임이 사라진 것이다.


말 나온 김에 밥이나 먹자고 날을 잡기로 했다.

아! 00이가 널 좀 보고싶어하던데?

그래? 그럼 같이 봐, 그럼 이참에 00이도 같이 봐, 물어볼게 있어. 00이네 애들 다 런던에 있쟎아. 둘째때문에뭐 좀 물어볼라고.


그새 다섯명의 단톡방이 열리고 날짜를 조율했지만 5월 내내 모두가 가능한 날이 없다.


걍 한놈 버려!


넷이서 날을 맞추고 보니 그마저도 5월 끝자락이다.


나이 오십이지만 아직은 한참 일하고 있는 이들이다. 같은 대학을 다녔지만 대학졸업이후의 삶은 각양각색이다. 모교를 떠나 서울대대학원에 진학해 학자를 꿈꾸었으나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끼고 뒤늦개 사법고시를 본 녀석, 부자친구 아버지가 그의 영민함과 수완을 알아보시고 친구와 함께 친구아버지의 사업을 돕다가 이제는 대표가 된 사업가, 공무원으로 1급까지 올라갔지만 아이키우기 버겁다고 허덕이는 녀석


잘 풀린 녀석들도 아직 어린 자녀들때문에 허덕인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이런 저런 곡절끝에 힘들어진 녀석들은 힘들어진 상황에 허덕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리지는 않지만 젊었던 20대를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유대감을 느낀다. 그때 친했던 덜 친했던간에 20대의 대학시절은 우리에게 아직도 아름다운 꿈처럼 남아있다.그렇게 우리는 추억을 발판삼아 친구가 되어 간다


다 자라 성인이 된 자녀를 바라보면서 꼬꼬마 시절의 아이들을 떠올리는 우리는 내품안에 내새끼였던 시절이 또다른 꿈처럼 다가온다.


가끔 생각한다. 사람이 좋은 것인지,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다.



대문 사진은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불리우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도서관이다. 더블린여행에서 얻은 두 개의 선물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버스킹,

영화 Once와 함께 더블린 또한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존재한다.


트리니티 대학 방문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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