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의 무근본 타임
일요일 오후, 세 모녀가 거실쇼파에 나란히 누워 빅 토크타임을 즐긴다. 사이가 나쁘지도, 특별한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한답시고, 건강이며 외모관리힌답시고 밖으로 도는 반백살의 엄마와 미국물 잘못 먹은부잣집 외동딸같다고 평가받았던 극 E 여행광 큰 애, 당당선생으토 통하며 어려서부터 눈빛이 달랐다고 쟤는 뭘 해도 크게 한 건 할거라 평가받아 온 팩트폭력자지만 아티스트병, 홍대병에 걸린 것 아닌가 싶은 도깨비면서 동시에 귀여움이 뚫고 나오는 작은 애여서 셋이휴일 오후를 함께 보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한 아이만 두고 모녀가 여행을 가는 일도 다반사고 갘이 간 여행에서도 난 배 안타 둘이 타, 카페에서 기다릴께라며 쿨하게 카드받아들고 카페로 향하거나 난 창가자리 싫은데? 라는 말을 뒤로 하고는 자기가 주문한 음료를 들고 안쪽 깊숙한테이블로 옮겨 가거나 난 고기 싫으니까 먹고들 와라, 난 대충 때우고 일이나 하고 있을란다. 그럼 넌 수영해 난 사우나내려갈래. 그럼 나 저 앞에 카페다녀올께
아무도 서운하지 않고 속상해하지 않는 쿨함가득한 플레이어들이다.
개성이 다르고 각자의 세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느니만큼 여느 모녀들과의 대화와는 분위기도 주제도 많이 다르다. 예를 들자면 아빠가 스스로를 양관식이라 했다고 큰애가 말한다. 둘은 동시에 미쳤나? 싶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광인으로 돌변한다.
그건 아니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로보트보다 더 로직컬한 사람이 무슨, 양관식?
큰 애가 수습에 나선다.
아마 아빠가 양관식캐릭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하신거 같아. 물건 잘 고치는 얘기하다가 아빠가 스스로 양관식이라 했으니까
둘째가 잠시 생각하더니 정리한다
양관식의 한 면만 보셨군
그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양관식이라는 남편이 남자로서 얼마나 그의 아내를 사랑했는지 따뜻한 마음으로 품고 안았는지 정도는 안다.
야, 아빠는 맥가이버나 뭐 척척수리공. 면에서는 최고지. 그건 인정, 그런데 말이야 무슨 바위나 대형쇠구슬도 아니고 무색무취의 냉랭한 물체같은 사람이 무슨 양관식이니
하긴 아빠는 단열선생이라는 별명에 엄청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
엄마! 그럼, 연애할때나 뭐 한때는 안그러지 않았을까?
얘, 아빠가 엄마한테 좋은 남편은 아니었고 그래서 엄마가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가장, 좋은 아빠이긴 했지
겠냐? 뭐 좋은 가장.. 그건 인정
둘이 동시에 빵터지더니 수긍한다.
수긍을 아니할 수가 없다, 진짜
응, 인정, 근데 엄마는 인기도 많았으면서(대학동기들을 같이 만나면 귀에 피딱지 않도록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외할머니와 나의 끊임없는 어필로 아이들은 세뇌되어 있다) 왜 아빠랑 결혼했어?
사고 안칠거 같고 예측가능해서, 그냥 모든 게 확실하쟎아. 직진선생
그러네
응, 뭐 짜증나는 일은 있어도 사고 한 번을 안쳤쟎으. 난니 아빠가 사고를 치거나 바람을 피거나 뭐 이런걸 일초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뭐, 일초도 따뜻하고 재미있었던 적도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지만 그게 또 꽤나 치명적이어서..
엄마는 걍 혼자이고 싶다, 혼자서 곧 자취하려고…
돈아껴 엄마, 버는대로 다쓰고 그래, 경제가 어려워지면 찐부자들 말고 우리같은 중산층이 죽는거야. 이렇게돈쓰기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내가 아주 걱정이 많아
엄마가 딸들을 두고 혼자 자취하겠다고 하는데 돈든다고 하지 말라는 것도 일반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
둘째는 어리지만 돈씀씀이, 생활방식, 엄마의 음주까지하나하나 잔소리하고 챙긴다.
팩트 폭력자 둘째가 마지막 한 방을 날린다.
바람, 나도 아삐는 걱정안할거 같아. 엄미는 몰라도
다시 벌떡 일어나 앉는다.
뭐어어어???????? 내가 왜 ??
꽃밭에 사는 큰 애가 말한다.
난 아빠가 여럿인거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
둘째의 안광이 불타오른다.
제정신이냐?
아니, 아빠가 여럿이면 용돈주고 예뻐해주는
사람이 여럿이니까 좋은 거 아냐?
미쳤구나
자자, 얘들아. 아빠가 여럿이 되겠니? 엄마가 남친이 생겼다 치자. 몰래 만났지 아빠를 삼았겠니?
둘째는 여전히 불타는 광기로 엄마와 언니를 노려본다.
아니! 법공부하신 분이 일부일처모르나? 남친을
사귈꺼면 일단 서류를 정리해야지 무슨 아빠가 여럿이고 말고를 운운해.
큰 애는 아직도 꽃밭을 걷는다.
아, 그럼 남친으로만 두는 것도 상관없는거지! 엄마는
행복했을테고 아빠든 엄마남친이든 어차피 용돈을 줄거아냐 맛있는 것도 사주고. 음, 난 사실 맘마미아의 소파가 좀 부러웠어.
이 맥락없는 고백은 또 뭐야
애들아, 따님들? 엄마 여기 있거든?
이상윤이나 공유, 그래 남주혁은 너무 어리니까 빼고 이쯤되면 엄마가 사귀어볼께
광기가 번득이는 눈은 나를 향한다.
그들이 엄마를 왜 사귀냐고요!!!!
그럼 말라구해, 근데 그들이 사귀자하면 사귈꺼야
(배우님들 죄송합니다)
근본없고 맥락없는 대화끝에 우리는 빙수맛집으로 행했다. 이것도 맥락없고 뜬금없네
어쨌건 빙수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