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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5th

매력과 사랑

by Someone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데블스 플랜이라는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그중 내눈에 들어어는 출연자가 한 명 있었는데 전형적인 우수한 두뇌의 공대남이다. 현규라고 했던가,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어 유명해진 자라 했다.


나는 공대남에게 엄청난 지적매력을 느낀다. 대학의 절반이상은 공대이고 남녀성비와 학력을 고려한 뒤 확률로만 볼 때 공대남인지 비공대남인지 판단함에 있어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공대남말고 찐 공대남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공대남의 수과학적 능력이나 공간지각력이 두뇌의 밸런스가 맞지는 않지만 중학교때는 학교대표 수학경시대회도 나가고 국민학교때는 암산대회에 구대표로 참가해 수상한 적도 있는데다 수과학까지 다루는 교과성적이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공대님의 수과학적 재능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고만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매력을 느끼는공대남은 현규와 같은 류의 찐 공대남이다. 프로그램을 몇회분 보면서 묘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아, 내가 결혼 직전 내 남편에게서 느꼈던 매력이다. 공학박사로 국내 최고를 다투는 기술연구소에서도 늘 에이스였고 이십여년 지난 지금도 관련 지식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디. 회사는 유럽이든 미국이든 학회나 전자기술 전시회가 열리면 실무자 외 이 사람을 반드시 다녀오도록 했고 해외우수 기술보유자와의 미팅은 이 사람몫이다.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적 지식을 지닌 자. 두뇌의 모든 역량이 이 영역에만 집중된 특이케이스다.


나 역시 문이과 공부머리와 흥미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사람으로 문과적,언어적인 부분에 집중된 경우라 저런 류의 사람이 멋져 보이고 내게 없는 무언가를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여긴다.


프로드램내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현규는 다른 출연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어떤 일들이 일어나 감정의 동요, 상황의 변화에 어리둥절할때그 혼자 그의 생각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판단기준에서 인간, 감정, 관계 등은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 그의 말투와 행동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는 것 같다. 현준이라는 카이스트 후배 출연자에게 산수할 줄 아는지, 우리 같은 십진법으로 얘기하는거 맞냐고 하는 모습에서 두 사람의 다른 점이 극명하게 보인다. 현규의 기준에서는 명확한 계산이 나온 이상 그게 정답이다. 하지만 현준은 다른 요소들도 고려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히는 것이다. 이때 현준이 고려함 요소는 비수학적, 비과학적, 비합리적, 비이성적 등으로 보일 것이다. 현규 눈에는 말이다. 내가 바라는 많은 것들이 애들아빠 눈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현준의 한숨은 나의 한숨이다.

현규의 기준은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멀리서 보면 그런 판단을 하고 행하는 그런 모습이 멋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사람은 끝을 모른다. 현규가 밤새 매달려 그 방안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한 것, 그또한 그런 류의 사람들 특징이다.애들 아빠가 일년 365일 중 360일을 집에서 저녁식사히지 않았고 그중 300 일쯤은 자정넘은 새벽에 귀가한 까닭도 저런 성향때문이다.


다시 나와 애들 아빠 얘기로 돌아와 보자. 이런 류의 사람인 그는 가족과의 관계, 생활, 아내에 대한 태도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찐 공대남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관계외 소통, 사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관계, 남녀관계에서 이런 류의 남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관계를 맺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를 철저하게 외롭게 만드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그 외로움과 아픔, 상처의 크기는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유난히 마음결이 섬세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아픔은 내게 더 큰 상처를 낼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애초에 프로그래밍이 그렇게 된것이다. 그도 나도


출연자 현규를 보며 느꼈다.

매우 멋지다. 매력적이다.하지만 사랑스럽지는 않다.


현규든 누구든 이런 류의 인긴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만 이러한 매력이 넘치는 이를 절대로 사랑할 수는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현규씨가 이 글을 볼 리 없고 관심도 없겠지만 혹 보더라도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현규씨는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사랑은 섬세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그 바램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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