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fe in hawaii Feb 19. 2024
미라클모닝이라는 단어는 좀 과한 것 같다.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서 40분 정도를 앞당겼고, 여유있게 움직이던 시간에 이것 저것을 루틴화하여 껴넣어,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인 것 뿐이다.
11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 동기는 아주 심플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실천해보자'가 아니었다. 내 몸의 일부처럼 달고 다니는 두통과 어깨 통증이 도저히 가시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던 스트레칭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딱 십분 일찍, 6시 20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몸이 너무 개운해지고 새벽에 고요히 나 혼자 무언가를 오롯이 나를 위해서 하는 그 시간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어제 미처 치우지 못한 거실 정리하느라, 아이 어린이집 가방 싸느라,, 특별한 소득 없는 일만 하다가 허겁지겁 시간을 확인하고는 입을 옷이 하나도 없는 옷장을 한바퀴 엎어 놓고 뛰쳐나오는 그런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었다.
그런데 새벽에 혼자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니 남편의 참견도, 아이의 방해도 없이 온 세상이 나에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만 잘 생각해보니 내가 원래 이십분 정도 일찍 출근을 하니까, 십분만 더 땡겨서, 6시 10분에 일어나면 업무시간 전까지 사무실에서 30분짜리 전화영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언젠가는 시간이 나면 하고 싶었던 전화영어를 신청해서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영어공부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늘 가고 싶어했던, 우리 집에서 정말 가까운, 영업이익만 몇천억에 육박하는 일명 '대기업'에서 내 직무 채용 공고가 뜬 것을 발견했다. 이력서의 자기소개서 부분에는 대충 써버리기에는 좀 어려운 까다로운 문항들이 몇개 있었다. 특히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입사 후 기여 방안'과 같은 문항이 유난히 많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 이거 써야되는데, 쓸 시간이 어딨어, 나중에 비시즌때나 또 뜬다면 써야지, 하 진짜 나랑 안맞네' 하면서 포기했을 것이다. 백프로 장담한다.
그런데, 나는 예전의 나처럼 시간이 없지 않았다. 고요하고 고유한 새벽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또 한번 10분 기상시간을 앞당겨서 6시에 일어나 나의 꿈의 회사를 위한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다. 술술 써졌다. 너무 가고 싶었던 회사라 그랬던 것 같다. 며칠 그렇게 6시에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쓴 이력서를 제출했고, 2주 뒤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몇년 만에 보는 면접이라 턱까지 달달달 떨리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긴장을 다 풀지 못한 채 면접장에 도착했다. 면접 분위기는 좋았다. 원체 압박면접이 없는 곳으로 알려졌기도 하고 거의 내가 예상했던 질문들만 받았다. 슈퍼 대기업이라 스스로 엄청 주눅들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 허리는 꽂꽂하고 눈은 초롱초롱한게 내 자신에게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가장 높으신 분이 취미는 뭐냐고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취미는 사실.. 뭐 딱히 없고.. 넷플릭스 보는거 좋아합니다 하하하'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 할 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할게 너무 많았다. '저는 새벽에 요가하는 것을 좋아하구요, 혼자 조용히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흔해 빠진 취미들 중 하나인 요가와 독서이지만 나의 이 둘에 대한 애정은 내 눈빛과 내 말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는 또 누군가가 비즈니스 영어는 어느 정도 하는지를 물었다. 예전의 나라면 '사실 학생 때는 잘했고 오픽 또 AL 받았었는데,, 사실 비즈니스 영어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게 아니라서.. 쩜쩜쩜...' 이라며 제발 영어업무는 시키지 말아달라며 자신감 결여를 팍팍 티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야?두달 넘게 매일 아침 30분동안 영어로 떠들던 나잖아? 이제는 말도 조금씩 조금씩 트여가던 상태라 자신있게 말했다. '리젼과의 회의에서 영어로 보고하고 질문에 대답하고 영문 메일 작성 등도 익숙합니다.' 라고 말했다. 더이상 그 답변에 추가 질문은 없었다.
그렇게 몇번의 면접이 지나고, 미라클모닝 백일의 기적을 상상도 해보기 전에 나는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도 않았고 주변에 쉽게 알릴 수도 없었다. 너무 소중해서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부끄럽지만 진짜 맞냐고 확인차 여쭤본다고 한번 더 인사팀에 메일을 보내보기도 했다. 그토록 원했던 매출 몇 조 단위의 대기업, 여차하면 집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어마무시한 직주근접, 왜 나에게는 이루어지지 않는지 불평불만하던 것이 한번에 이루어졌다.
나는 이 기적이 백퍼센트 미라클모닝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짧게나마 십분에서 십오분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며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랬다. 미뤘던 영어 스피킹 공부를 하며 외면하고 있었던 나의 과대평가된 영어 실력을 정면돌파하며 다시금 자신감을 찾았다. 무엇보다 새벽 시간을 가지면서, 그리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독서를 즐기며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정말로 특별한 선물들을 주는 느낌이었다.
이제 겨우 백일도 채 안된 시간인데 참 많은 것이 변화했다. 새벽시간에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생길 때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왜냐면 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새로운 것들이 또 나의 삶을 어떤게 변화시킬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미라클모닝의 첫번째 기적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