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동화에 대해서 심히 걱정스럽다. 언젠가 《녹색평론》에서 읽은 어떤 구절이 생각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폐하, 노동절약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한 기술자가 이렇게 말하며 왕에게 그 기계를 바쳤다. 왕은 그 기술자의 공로를 치하하며 상을 주었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맙다, 하지만 이 기계를 쓸 수는 없다. 나는 내 백성을 먹여살려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여기며 자동화로 나아가는 게 답일까. 내가 자동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여태껏 현대산업문명의 혜택을 받아온 사람인데, 그렇게 말한다면 모순일 거다. 다만, 자동화가 꼭 필요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지 않을까. 아니 자동화를 해서는 안 되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 그런 게 있다면 그 분야에서는 자동화를 규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 규제를 한다는 게 바람직할까. 아니 당위성을 넘어 가능하긴 할까.
모든 게 자동화되고 그 자동화된 기계를 관리할 소수의 사람들만 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예술과 취미활동만 하며 살아가도 생계에 전혀 지장이 없다면 그 사람들은 행복할까. 예술과 취미활동은 온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남을 수 있을까.
201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