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을 남긴 사람이라는 점 외에는 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그가 남긴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격언이다. 오래전 라디오에서 들은 뒤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서 머리에 새겨두었지만, 정말 좋아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따로 있다.
자그마치 6년 전, 혹은 7년 전쯤에 절친과 강원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1박 2일이었는지, 2박 3일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중 하루는 버스를 타고 어떤 곳에 가려고 하다가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서 원래 계획과는 다른 곳에 내리고 말았다. 도중에 내려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리기도 했지만,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겠거니 하고 그냥 내렸다.
그렇게 해서 내린 곳이 강원도 양양의 '오색약수터'였다.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약수라 그런지 물맛은 독특했다. 전혀 모르고 왔지만 어쩐지 유명한 곳 같아 핸드폰으로 검색해봤더니 정말 그랬다.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서 오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실수로 여길 오다니 참 별일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곳에 온 것은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 문득 마르틴 부버가 한 명언이 생각나 나의 동행자에게 말했다. 모든 여행은 여행자도 모르는 비밀의 목적지를 품고 있다더니 오늘 여행이 그랬다고, 오색약수터가 바로 그 비밀의 목적지였다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오색 약수터'같은 비밀의 목적지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내 인생에도 비밀의 목적지가 있을까. 있다면 그곳은 어딜까. 나는 지금도 언젠가 비밀의 목적지를 발견하는 날을 기다린다. 그래서 때로는 인생에서 종종 만나는 우연을 즐기기도 한다. 계획적인 삶도 좋지만, 때로는 그 편도 좋다.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는 거 봤나. 그러니 내 삶이 잘 안 풀릴 때는 '내 인생에도 근사한 비밀의 목적지가 있을 거야' 하고 조그만 희망을 품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