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고칠 게 없는 완벽한 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퇴고에 있어 '완성'은 없다. 다만 글쓴이의 역량과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불완전하게나마 마무리가 될 수밖에 없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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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작가가 글을 쓰더라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모든 글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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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글을 만드는 데에 우리는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인간은 운명대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패배를 백퍼센트 예감하면서도 싸워야 하는 게 인간이다. 작가란 불가능할 줄 알면서도 완전한 글에 도전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다. 퇴고란 그런 작업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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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지만, 실은 나도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글쓰기에 임한 적은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할 뿐,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내가 '진짜 작가'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작가의 마음으로 그 불가능에 도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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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가 예정되어 있어도 상관없다. 나는 그 숙명을 기쁘게 받아들일 테니까.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