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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Feb 06. 2021

파란만장(?) 인생역정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에세이를 잘 쓰려면 솔직해야 한다.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에세이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진솔하려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포장하고, 미화하게 되니 말이다. 글쓰기를 계속 취미로 쓸 거라면, 그래도 무방하다. 하지만 나는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그래서는 곤란하다. 이 글을 완성하면 좀 더 편한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 같다. 아마 오늘도 에세이가 아니라 일기가 될 것 같지만, 일단 이번엔 그리 길지 않은 내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시작할까 한다.


내 나이 서른 넷, 뭐 하나 이룬 것도 없는데 벌써 삼십대 중반. 그렇다고 펑펑 논 것도 아닌데 이래도 되는 걸까. 성년이 된 첫 해. 스무 살의 봄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역사 전공을 했고 수업도 재밌었고, 처음으로 해본 동아리 활동도 정말 좋았다. 내 인생에서 대학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문제는 대학 졸업 이후부터였다. 대학 졸업 직후 나는 내가 살던 지역에만 있던 한 중형 서점에 취업했다. 물론 그 서점에서 평생 일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곳을 징검다리 삼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서점에서 일하다가 차후에는 ‘서울출판예비학교(SBI)’에 지원할 생각이었다. ‘서울출판예비학교’는 출판 예비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출판사에서 마케터나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 중에서는 이곳 출신들이 많다. 수강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곳에서는 일할 수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5일 수업을 하기에, 어쩌다 주말 알바를 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수업 기간인 6개월 동안 버틴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과했을 때 걱정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서 1~2년 동안 일하면서 서울에서 반년 동안 버틸 자금을 모으고 서울출판예비학교 입학(?) 준비를 할 작정이었다. 더 돈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서점에서 일하는 건 내 오랜 로망이었고, 서점 경험이 언젠가 출판사에서 일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서점에서 내가 맡은 임무는 날마다 서점에 들어오는 책을 전산에 등록하고, 팔리지 않는 책을 출판사에 반품하며, 때로는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매일 새로운 책을 만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지만, 좀처럼 일이 몸에 붙지 않았다. 그래서 두 달 만에 서점에서 나가게 됐다. 


서점에서는 그만두게 되었으나, 물류 쪽 일이라도 하고 싶어서 출판사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경력이랄 것도 없는 짧은 근무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서점 일을 경험해서 그런지 면접까지는 대부분 볼 수 있었으나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면접에서 수없이 떨어졌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나도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집에서 먼 지역의 폴리텍 기능사 과정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전기를 배웠다. 여기서 전기를 배워서 태양광 쪽으로 진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전기는 너무 어려웠고, 전혀 재밌지도 않아 나는 밤마다 우울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전에 일했던 서점에서 다시 일해볼 생각 없냐는 연락이 왔고, 나는 거의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그곳을 때려치우고 내려왔다. 이제 출판사로 다시 갈 생각은 없었고, 나는 서점에서 일하다가 편의점 알바를 거쳐 대학 시절 전공을 다시 살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갔지만, 역시나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대학원 석사 과정 재학시절부터 수료 후까지 박물관 취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역시나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로는 전공을 다시 포기하고 직업학교에서 캐드 자격증을 땄고, 시청에서 공공근로를 했다가 국비로 로봇재단에서 교육을 받았고, 식자재 공급회사에서 잠깐 일했다가 큰 규모의 종합물놀이시설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며, 기술직으로 비전을 키웠으나 코로나에 따른 인원 감축으로 실업 급여를 약속받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백수가 된 나는 구직 활동을 하는 한 편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친구와 함께 하는 일로 수익이 나지 않아 고민이다. 다시 시설관리에 도전해서 재취업하고 기술직을 노려봐야 할지. 아니면 계속 이 길을 걸어갈지. 아마도 전자가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지만, 언제쯤 나는 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쓰다 보니 푸념이다. 어떤 길을 가든 글쓰기는 계속 하겠지만... 나는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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