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나는 살찔까봐 먹는 걸로 고민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
친한 친구들 앞에서 이런 망언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언제였더라. 그리 오래전도 아니건만 벌써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나는 아주 날씬한 몸매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막 먹어도 살이 거의 찌지 않았다. 조금 쪘다가도, 조금만 많이 움직이고 밥을 적게 먹어도 금방 살이 빠졌다. 살을 빼는 건 식은 죽 먹기였는데, 살을 찌우는 건 무척 어려웠다.
그렇다고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지도 않았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운동이랑 담쌓고 살았으니 그야말로 신이 내린 체질이었던 셈이다. 그러면 소식한 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대식가까지는 아니지만 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은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들이 많으나, 나란 인간은 군대에서도 복무기간 내내 잘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날씬하던 시절 가끔 장난식으로 친한 친구들에게 했던 망언의 죄값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체질을 너무 과신하고 관리를 안 한 탓인지, 좋았던 시절은 저 멀리 우주로 가버렸다. 서른 살 후반부터 살이 갑자기 많이 찌기 시작했다. ⠀
그래서 지금은 내 20대 시절의 평균 몸무게보다는 14킬로가 쪘고, 가장 적게 나갔을 때랑 비교하면 무려 17킬로가 쪄서 과체중이 되버렸다. 여기서 조금만 더 찌면 비만으로 나올 것 같다. 근데 살이 찌더라도 골고루 찌면 좋을 텐데, 팔다리는 여전히 가는데 배와 얼굴로만 살이 집중됐다.
그래서 직장에서 잘린 후로는 안 되겠다 싶어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대략 일곱 달째다. 헌데 살이 빠지기는커녕 그대로이거나 약간 더 쪘다. 운동을 가끔 빼먹고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그런가. 헬스를 안 다니고 직장에서 일할 때보다 살이 더 쪘다니 황당한 일이다.
직장에 다닐 땐 지금보다 5킬로가 덜 나갔다. 하긴 그땐 워낙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물놀이시설에서 근무해서 하루에 2~3 만보는 우습게 걸어다녀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시절에도 맨날맨날 그렇게 엄청나게 걸어다녔는데도 살이 전혀 안 빠지고 유지했으니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
나는 이렇게 돼지의 길을 걷는 것인가....⠀
이렇게 배 나온 아저씨가 돼고, 배 나온 할아버지가 돼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서 친구랑 같이 일하는 작업실까지는 편도로 9km, 자전거로 1시간 반 거리다.내가 유산소 운동이랑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
다음 주부터는 정말로 하루도 한 빠지고 헬스장에 다니고, 자전거도 이틀에 한 번씩은 타고 다녀야겠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빼고 등산도 해야지. 식단 관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게 제일 어렵다. 나는 과연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포기란 없다. 계속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