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한 나이가 12살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글을 오랫동안 써왔으니 글을 잘 쓰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작가를 제외한 평균적인 한국인들보다야 많이 썼겠지만, 워낙 게으른 편이라 세월에 비해 쓴 글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먹고사는 문제로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는 빈도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랬던 상황을 바꾼 것은 코로나였다. 당시에 나는 한 종합 물놀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설비기사였는데, 코로나라는 뜻밖의 상황을 맞아 직장에서 잘리게 됐다. 직장에서 잘렸으니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냥 그렇게만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언제 다시 올까. 어차피 재취업도 쉽지 않을 텐데, 구직 활동하는 짬짬이 책도 읽고 글도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인스타그램에서 ‘브런치로 책 쓰기 온라인 강좌’를 알리는 광고를 발견했다. 여기서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브런치는 내가 서비스 출범 초창기부터 내가 오랫동안 선망해왔던 서비스였다. 출판사에서 눈여겨보는 플랫폼이라 이곳을 통해 난생처음 책을 낸 작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브런치에서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글을 읽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주려면 작가에 신청해서 승인받아야 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데에는 그만한 플랫폼이 없어서 나도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 온라인 강좌를 발견한 것이다. 이 강좌에 도전하면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건가 싶어서 과감히 신청했고, 강사의 조언에 따라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니 정말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아직은 진짜 작가가 아니라 브런치 작가이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무조건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출간 작가로 가는 첫 관문을 넘은듯한 기분이었다.
책 쓰기 강좌는 온라인으로 1주일에 두 편씩 글을 제출하고 강사에게서 첨삭을 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단단히 깨지면서 배울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보다는 내 글에 대한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었다. 매주 글 두 편을 쓴다는 게 절대 쉽지는 않았지만, 책 쓰기 과정을 완주했다.
그 후로 나는 더 큰 욕심이 생겼다. 하루에 한 편씩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매일 글쓰기의 장점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글을 쓰면 글쓰기 근육은 물론, 내면까지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던데 정말로 그런지 궁금하다. 그냥 의지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경험수집잡화점’에서 진행하는 <30일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돈을 3만 원이나 썼는데, 열심히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렇게라도 글쓰기 습관을 단단히 들여야겠다. 이를 시작으로 나중엔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