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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Jan 22. 2021

마음의 시계

시계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물리적 시간을 재는 현실의 시계와 심리적 시간을 재는 마음의 시계. 현실의 시계와 마음의 시계는 비슷할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있다. 현실의 시계는 늘 일정하게 가지만 마음의 시계는 그때그때 다르다.


누구나 그렇지지만 마음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땐 빨리 가고, 지루하거나 힘든 시간을 보낼 땐 느리게 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군대에서 상병 때쯤 든 생각이었다. 분명 시계가 돌고 있고 날마다 해가 뜨는 걸 보면서도 어쩐지 시간이 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만화 속에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둘리>의 희동이는 계속 갓난아기고 짱구의 나이는 계속 다섯 살 유치원생인 것처럼. 그땐 국방부 시계가 돈다는 말이 어쩐지 거짓말 같았다. 물론 당연하게도 거짓말이 아니었고 나는 무사히 전역했다.


반대로 마음의 시계가 무지 빨리 갈 때도 있었다. 시간도 사람 봐가면서 가는지 절친과 있을 때면 (식상한 비유지만) 비행기처럼 후딱 지나가는 것이다. 어쩐지 그와 있을 때면 1시간이 1초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오늘 그와 시간을 보낼 때도 그랬다.


어쩌면 물리적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시간이 아닐까. 실은 현실의 시계가 허상이고 마음의 시계가 진짜가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물리적 시계보다 마음의 시계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가 언젠지는 몰라도 난 믿어,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라고.


201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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