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럽하우스’라는 앱이 유행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 얼론 마스크 같은 세계적인 인플러언서들도 이용한단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클럽하우스’가 텍스트 중심의 페이스북, 트위터,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에 이어 음성 기반의 SNS로 그 뒤를 계승할 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클럽하우스
SNS상에서 그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도 그게 뭔지는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IT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어째서였을까.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를 상기해보니 찾아보긴 찾아봤던 것 같다. 다만 안드로이드폰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아이폰을 가진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초대장을 받아야만 쓸 수 있다고 해서 더는 관심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쉽게 가입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였다면,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기에 앞서 내 핸드폰에 앱을 깔고 봤을 테다. 하지만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아서 애초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다들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언론보도를 보니 중고 아이폰을 구입해서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 덕분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이폰 판매수가 늘었다고 한다. 이런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랬는데 어제 우연히 ‘클럽하우스’를 이용해 보게 되었다. 아이폰 사용자인 친구가 친동생의 강력한 권유로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초대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느냐. 중고거래 사이트인 초대장을 당근마켓에서 1~2만 원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판매자와의 연락을 통해 1만 원 남짓한 가격으로 초대장을 사서 클럽하우스를 이용해볼 수 있었다.
원래 초대장 자체가 유료는 아니지만, 클럽하우스를 이용해 보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먼저 이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나 보다. 근데 이게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걸까. 막상 이용해보니 음성 채팅으로 유명한 카카오톡의 그룹콜, 디스코드(이건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안다.)와 비슷했다.
다만 그 두 서비스와 차이점은 클럽하우스 이용자이기만 하면 초대받지 않고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 명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빌 게이츠 같은 외국 셀럽뿐만 아니라, 쌈디 같은 한국 유명 연예인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은 이걸로 팬미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팬미팅은 영상 중심의 채팅 서비스인 줌(zoom)이나 다른 음성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가 더 나으려나? 물론 그 정도의 셀럽들만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건 아니어서, 친구 핸드폰으로 이곳저곳 여러 방을 탐색했다. 그런데 웬걸. 직업 방송인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다들 목소리도 좋고 말도 조리 있게 하는지. 어쩐지 기가 죽는 기분이었다.
친한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도 일대일이 아니라 사람이 많으면 좀처럼 대화에 끼질 못하는 나 같은 내향적 인간은 아마 팟캐스트를 듣는 기분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방만 골라서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대화들이 하나 같이 수준이 높아서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절로 공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의 품질(?)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안드로이드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되고 초대장도 점점 늘어나다 보면, 질 낮은 대화들이 주류를 이루지는 않을지.
과연 이 열풍은 언제까지일까. 셀럽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꼭 서비스가 성공하진 않는다. 한때 반짝 붐을 일으켰다가 그저 그런 존재가 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어디 한둘인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성 주류 SNS를 밀어낼 수는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클럽하우스’는 그들에게 보완재의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대체재는 될 수가 없을듯하다.
오히려 ‘클럽하우스’의 경쟁자는 디스코드와 같은 기존의 음성 기반 SNS이나 소개팅 앱 같은 데이팅 서비스라고 본다.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검증된 셀럽들만 방(클럽)을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화에 참여할 수만 있게 하는 방향이 서비스 품질 관리에는 좋지 않을까. 근거는 없다. 그냥 내 뇌피셜일 뿐.
어제 잠깐 이용해 본 바로는 클럽하우스에서 별다른 특별함을 못 느끼겠다. 셀럽들이 많이 참여하고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 정도다. 앞에서 말했듯이 수준 높은 대화가 많기는 하나, 폐쇄형 서비스로 가지 않는 한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어차피 난 아직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니 그저 가만히 지켜봐야겠다.
※ 아래 글은 제가 이 글을 쓰기 전에 읽은 글인데 공감이 가는 글이라 링크를 공유합니다.
그런데 한국일보 기사를 보니까 초대장이 없어도 클럽하우스 앱에 회원가입 신청을 하고 기존 가입자들이 승인하면 가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는 어제 초대장을 통해 이미 가입했고, 저는 아이폰이 없어서 확인할 방법은 없네요. 클럽하우스에 가입하지 않은 아이폰 유저 분들 중에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초대장을 사기 전에 먼저 한번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