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30일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며칠 전 설 연휴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연휴를 맞이해서 본가에 갔다. 본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빠가 내 혈압 체크를 하자고 했다. 내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엄마가 약간의 고혈압이 있어서 집에 혈압계가 있는데, 내가 오랜만에 집에 온 김에 그냥 한번 확인해보자는 거였다.
그래서 내 혈압을 재봤는데, 웬걸 147이 나왔다. 140 이상이면 고혈압인데 이럴 수가 있나. 고혈압이 없는 아빠는 평소처럼 정상이 나온 걸 보니 기기 이상은 아니었다. 혹시 몰라서 조금 텀을 두었다가 다시 재봐도 마찬가지였고, 그다음 날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장 지난달 말에 헌혈의 집에서 120대 초반 혈압으로 멀쩡하게 혈장 헌혈을 했는데,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혈압이 짧은 기간에 이렇게 올라갈 수가 있나? 내가 술·담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담배는 아예 안 피우고, 술은 1~2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 만날 때나 어쩌다가 마시는 게 다인데. 최근에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예전에 대형 종합 물놀이 시설에서 일할 땐 직장 특성상 일하면서 하도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하루에 2~3만 보 걷는 게 예사였다) 작년에 건강검진을 했을 땐 100/60 이 나오기도 했다. 직장에서 잘린 뒤에는 가끔 헌혈할 때마다 혈압을 쟀는데 대체로 120대 초반이었다. 당연했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부모님 중 한 분이 고혈압이라고 해도 특별히 몸에 해로운 걸 하지 않는데, 내가 왜 젊은 나이에 고혈압에 걸려. 몸에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지만) 일시적 현상이겠지. 그런데 어제 운동하러 가는 길에 헌혈버스가 보여서, 들어가서 혈압을 쟀더니 수치가 159가 나왔다. 당황해서 10분 후 다시 재봤더니 이번엔 144가 나왔다. 그래서 헌혈을 하지 못했다. 이럴 수가. 이 정도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가.
내 나이 겨우 서른넷. 내가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혈압약을 먹는다고 해도 '혈압약'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역할만 할 뿐, 진짜로 혈관을 좋아지게 하는 건 아니다. 일단은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며 혈압을 주기적으로 체크해볼 생각이다.
직장을 그만뒀는데 건강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나빠지다니. 이런 황당할 때가. 아직 혈압이 높은 거 말고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는 못하겠는데. 일단은 저녁으로 맨날 먹던 배달음식은 집에서 싸가는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걷기 운동과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 위주로 열심히 움직이기로 했다.
가공식품 등 몸에 안 좋은 건 다 끊고, 늦게 자는 습관도 버리자. 안 좋은 건 전부 버리고, 좋은 건 최대한 많이 하자. 몸무게도 20대 시절로 되돌려야지. 직장 다닐 때 유산소 운동 효과는 톡톡히 봤으니, 이번에도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혈압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그때 가서 의학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병행해야겠다.
몸아 미안해. 앞으로 내가 널 잘 챙길게.
부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