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근사한 습관은 아니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하기 전에 눈을 비비고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아침 운동을 나간다든가, 명상하는 거였다면 참 멋졌을 텐데, 아니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든지. 습관이라는 게 꼭 멋질 필요는 없지만 아쉬운 일이다.
지금도 책을 잘 안 읽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유튜브에 밀린다. 인터넷이라는 세계에 입문한 지 어느새 어언 21년. 유튜브의 세상에 빠지게 된 지는 아직 몇 해 안 된 듯한데, 이놈 아주 요물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 정신세계(?)에 침투하는 현대의 여러 가지 발명품 중에 이거만큼 강대한 놈이 없었다.
아직 아날로그 시대였던 어린 시절에, 어린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대판 요물이라면 아마도 텔레비전일 텐데 내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어서 내 맘대로 볼 수도 없었을뿐더러, 사실 관심도 크게 없었다. TV는 그저 본방 시간에 애니메이션 만화, 당시에 유행하던 정통 사극을 보거나 가끔 우연히 <역사스페셜>을 보게 될 뿐. 혹시 본방을 못 보게 될 경우 꼭 재방송을 봐야 한다거나, 아니면 미리 비디오로 녹화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은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독서하며 보냈던 것 같다.
조금 더 자라서 인터넷을 접하게 된 후에는 아무래도 거기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다. 그렇지만, 유튜브라는 요물은 정말 차원이 다른 듯하다. 방영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채널이 한정된 것도 아니고, 끝도 없는 영상과 채널의 향연이라니. 그래도 내일부터는 유튜브 시청을 좀 줄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