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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Mar 14. 2021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

단상


지금 당장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얻을 수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中에서...



1.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집어 든 시 모음집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에서 눈에 들어온 시 전문을 필사했다. 릴케의 시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릴케라는 이름을 어디서 처음 들었더라.

생각해봤더니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별 헤는 밤'에 그 이름이 나왔었다. 10대 시절에 만난, 내 인생의 첫 시집. 내 인생의 첫 시인은 윤동주였지.

물론 그의 시집에 실린 작품들을 모두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는 그를 좋아했다. 내가 그 이름을 처음 인지한 날을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내가 12살이었을 때, 담임 선생님은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시 한 편을 외우고 집에 가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 외운 시가 윤동주 시인의 '서시'였다.

그 이후로 '서시'는 내 인생의 첫 시가 되었고, 나는 지금까지 22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시를 잊어버린 적이 없다.



 

2. 릴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윤동주 시인 이야기로 빠져버렸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릴케를 알게 된 건 앞서 말했듯이 '별 헤는 밤'에 그 이름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름만 알 뿐, 그의 시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비록 원문은 아니고 한글이긴 하지만. 일본 유학파 출신 윤동주 시인은 릴케의 시를 아마도 일본어로 접했겠지.

마리아 릴케의 시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를 윤동주 시인도 읽었을까. 자신의 시에도 이름을 언급할 정도라면 그는 릴케를 좋아했겠지. 아마도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너무나 젊은 나이였던 윤동주는, 이 시를 어떻게 읽었을까.

문득,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윤동주는 삶이 가져다준 해답을 찾았을까. 나는 여전히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릴케의 말처럼 지금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말자.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나. 인생에는 시간이 지나야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가만히 세월만 보낸다고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닐 테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관조하듯, 삶을 여행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겠지. 못 찾아도 뭐 어떤가.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신이 던진 질문(문제)의 진짜 출제 의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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